‘햄 때문에’ 17년 동안 호텔출입 금지 당한 남자 사연

celsetta@donga.com2018-04-06 11:2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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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닉 버칠 씨 페이스북(@nick.burchill.71)
캐나다의 한 호텔에 17년 동안 ‘출입금지’ 당했던 남성이 드디어 용서(?)를 받았습니다. 대체 무슨 일을 저질렀던 걸까요.

닉 버칠(Nick Burchill)씨는 지난 2001년 출장을 갔다가 엠프레스 호텔(Empress Hotel)에 묵었습니다. 그는 친구들에게 줄 선물로 핼리팩스 지역 명물인 페퍼로니 햄을 많이 샀는데 호텔 방에는 냉장고가 없었습니다. 포장도 되어 있고 날씨도 그렇게 덥지 않으니 상할 우려는 없을 거라 여긴 닉 씨는 햄이 든 종이가방을 그냥 방에 둔 채 창문을 열어 두고 외출했습니다. 창문을 열어 두면 바람이 잘 통해서 햄 보관에 더 좋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다섯 시간 정도 뒤 방으로 돌아온 닉 씨는 기겁했습니다. 방 안에는 햄 냄새를 맡고 들어온 갈매기로 가득했습니다. 갈매기들은 봉투를 뜯어 햄을 먹고 있었으며 깨끗했던 호텔방은 깃털과 새똥으로 뒤덮인 상태였습니다. 어림잡아도 40마리는 넘어 보이는 갈매기들을 보고 당황한 닉 씨는 서둘러 새들을 쫓아냈지만 이미 방은 망가질 대로 망가져 있었습니다.

당장 신어야 할 구두도 새들 때문에 지저분해졌고, 닉 씨는 혼란스러워하며 욕실로 들어가 신발을 물로 닦은 뒤 드라이어로 말렸습니다. 다행히 신발은 나름대로 깨끗해졌습니다.

그 순간 전화가 울렸고, 전화를 받으려 발을 떼는 순간 닉 씨는 드라이어 전선에 발이 걸려 버렸습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드라이어는 욕조에 떨어졌고 순식간에 방이 깜깜해졌습니다. 호텔 전체가 정전된 것이었습니다.

당장 저녁 약속이 있는데 일은 점점 걷잡을 수 없이 흘러갔습니다. 거의 울고 싶어진 닉 씨는 자기 힘으로 수습할 수 없는 단계까지 왔다고 여겨 그제서야 호텔 프론트데스크에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그는 뭐라고 설명할 수가 없어 그저 ‘죄송하다’고만 반복한 뒤 도망치듯 저녁 약속 장소로 향했습니다.

일정이 끝난 뒤 호텔에 돌아오자 닉 씨의 짐은 더 작은 방으로 옮겨져 있었고, 이후 그는 ‘향후 우리 호텔에 출입하지 말아 달라’는 출입금지 요청 편지를 받았습니다. 민망하고 미안한 마음에 그는 17년 동안 엠프레스 호텔에는 얼씬도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17년간 자숙(?)의 시간을 가진 닉 씨는 최근 호텔 측에 편지를 보내 갈매기 사건을 자세히 설명한 뒤 ‘그때는 정말 죄송했다. 시간도 많이 흘렀으니 용서해 줄 수 있겠느냐’고 문의했습니다.

호텔 측 반응은 어땠을까요. 엠프레스 호텔 매니저 라이언(Ryan)씨는 “닉 씨의 편지를 받고 모두들 매우 즐거워했다. 이제 우리 호텔에는 냉장고와 에어컨 등 최신 설비가 갖춰져 있으므로 페퍼로니 햄을 보관하는 데 문제가 없을 것”이라며 언제든 방문을 환영한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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