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가 반대하는 남자 사랑해서’ 25년간 다락방에 갇힌 여성

celsetta@donga.com2018-04-05 16:2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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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시절의 블랑쉐 모니에(좌) / 25년 간 감금되었다가 경찰에 구조된 직후의 블랑쉐 모니에(우). 사진=Dailymail
현대에는 ‘결혼은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해야 한다’라는 게 상식처럼 받아들여지고 있지만, 과거에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부모가 반대하는 사람과 사랑에 빠져 몰래 도망가는 이들도 있었고 심지어 함께 목숨을 끊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1876년 프랑스 파리에 살던 블랑쉐 모니에(Blache Monnier)씨는 당시 25세의 젊고 아름다운 여성이었습니다. 그는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나 뛰어난 미모를 가진 숙녀로 자랐고 자연히 사교계에서도 돋보였습니다.

그러나 블랑쉐 씨가 사랑에 빠진 상대는 따로 있었습니다. 그는 또래의 젊고 잘생긴 남성들을 마다하고 자기보다 훨씬 나이도 많고 재산도 없는 빈털터리 변호사에게 반했습니다. 딸을 좋은 집안에 시집 보내야 자기 집안의 명예도 유지된다고 생각했던 블랑쉐의 어머니는 노발대발했지만 딸의 결심은 좀처럼 꺾이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얼마 뒤, 사교계 샛별이었던 블랑쉐 모니에는 돌연 사라졌습니다. 어머니와 오빠를 비롯한 가족들은 ‘실종된’ 블랑쉐 씨를 그리워하며 매우 슬퍼했습니다.

그러나 블랑쉐 씨는 실종된 게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가족들과 아주 가까운 곳에 있었습니다.

1901년 5월 23일 법무장관 앞으로 도착한 한 통의 편지 덕에 모든 진실이 밝혀졌습니다. 발신인이 적혀 있지 않은 이 편지에는 “마담 모니에의 집에 누군가가 갇혀 있다. 이 사람은 제대로 먹지도 못 하고 불결한 환경 속에서 25년 동안 살고 있다. 이 사람을 구해 달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정체불명의 발신자가 보낸 편지 한 통은 블랑쉐 씨의 운명을 바꿨습니다. 경찰이 총출동해 모니에 저택을 급습했고 집 구석구석을 수색한 끝에 자물쇠 걸린 다락방을 발견했습니다.

자물쇠를 부수고 문을 열자 끔찍한 악취가 확 쏟아져 나왔습니다. 빛도 들어오지 않는 작고 더러운 방 안에는 피골이 상접한 중년 여성이 무력하게 앉아 있었습니다. 낡은 침대 하나뿐인 방바닥에는 먹다 남은 음식물 쓰레기와 사람 몸에서 나온 오물이 뒹굴었고 여성이 앉아 있는 침대에도 벌레가 기어다녔습니다.

사람을 보고 기겁하며 구석으로 몸을 숨긴 이 여성은 25년 전 실종된 블랑쉐 모니에였습니다. 그는 어머니 손에 끌려 다락방에 갇혀 25년 동안 햇빛도 사람도 보지 못 한 채 목숨만 겨우 부지해 왔습니다. 끔찍한 세월을 보내는 동안 블랑쉐 씨의 아름답고 건강했던 몸은 무너졌고 마음도 병들었습니다.

활발한 자선활동으로 선행상까지 받으며 시민들의 존경을 받던 마담 모니에가 딸을 25년 동안이나 다락방에 감금하고 학대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사회는 발칵 뒤집혔습니다.

마담 모니에는 “딸이 그 변호사를 포기하지 못하겠다고 하기에 마음을 고쳐먹을 때까지 다락방에 가두었다. 음식은 내가 먹다 남은 것을 주었다”고 자백했습니다. 블랑쉐 씨가 사랑하던 남성은 1885년에 세상을 떠났지만 어머니는 딸을 풀어 주지 않았습니다.

블랑쉐 씨의 어머니는 체포된 지 15일 만에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동생이 감금된 것을 알면서도 모르는 척 했던 오빠는 재판을 받았지만 “블랑쉐는 언제든 다락방에서 나올 수 있었지만 본인이 나오지 않은 것”이라며 “동생이 다락방에 갇혔을 당시 법률에는 ‘위험에 처한 사람을 구조할 의무’가 명시돼 있지 않았다. 따라서 내가 블랑쉐를 구조할 의무는 없었다”고 주장해 풀려났습니다.

가족의 학대로 25년 간 고통 받은 블랑쉐 모니에 씨는 정신병원에 입원했으나 끝내 맑은 정신을 되찾지 못 한 채 1913년 세상을 떠나고 말았습니다. 집안에서 정해준 결혼을 거부하고 자기 마음에 드는 상대와 백년해로하고 싶었던 한 여성의 소박한 꿈은 안타까운 비극으로 끝나 오늘날까지도 회자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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