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처치 하는데 “여자는 씨름판에서 내려가라”…日 장내방송 논란

celsetta@donga.com2018-04-05 15:4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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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유튜브 영상 캡처
스모(일본 씨름) 경기장에서 쓰러진 사람을 살리려 심폐소생술 중인 여성들에게 “여자는 씨름판에서 내려가라”는 황당한 지시가 내려졌습니다.

NHK등에 따르면 4월 4일 오후 일본 교토 마이즈루 시 마이즈루 문화공원체육관에서 열린 스모경기 현장에서 축하 인사를 하던 타타미 료조(多々見良三·67) 시장이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졌습니다. 관계자들이 당황해서 우왕좌왕하는 사이 여성 두 명이 도효(土俵·스모 경기용 모래판)위에 올라가 타타미 시장에게 심폐소생술을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이를 지켜보던 일본 스모협회 심판이 “여성은 도효에서 내려가 주십시오”라고 장내방송을 내보냈습니다. 여성들이 아랑곳 않고 심폐소생술을 계속하자 심판은 수 차례 방송을 반복했습니다. 일본 스모계는 스모가 시작된 이래 도효를 ‘신성한 구역’이라 칭하며 여성이 올라가는 것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습니다.

잠시 후 구급대원이 제세동기(AED)를 가지고 온 것을 확인한 뒤 여성 한 명은 지시에 따라 씨름판 밖으로 나갔습니다. 다른 한 명이 구급대원에게 상황을 설명하느라 도효 위에 계속 서 있자 경기 관계자는 계속해서 ‘여자는 내려가라’고 재촉했습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사람 생명이 달린 긴급한 상황에서도 스모 전통을 지키는 데 급급한 관계자들을 향한 비난이 빗발쳤습니다. 일본 네티즌들은 “한참 심폐소생술 중인데 여자라는 이유로 내려가라고? 그러다 환자가 죽으면 책임 질 건가”, “목숨보다 전통이 중요한가”, “여성이 도효에 올라가면 왜 안 되는가. 생명을 구해낸 여성들보다 모래 쌓아 만든 땅바닥이 더 신성한가”라며 스모 협회를 맹렬히 비판했습니다.

다행히 쓰러진 타타미 시장은 병원으로 옮겨져 의식을 되찾았으며 대화가 가능할 정도로 회복되어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일본 스모계가 여성을 씨름판에 오르지 못하게 해 구설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지난 2000년 2월 오사카에서 열린 스모 경기에서는 오오타 후사에(太田房江) 전 지사가 우승자에게 상을 수여하려 했으나 여성이라는 이유로 스모 협회의 반대에 부딪혀 끝내 도효에 오르지 못 했습니다.

논란이 커지자 일본 스모협회는 공식 사이트를 통해 “신속하게 응급조치해 준 여성들에게 정말 감사드린다. 장내 방송을 담당했던 심판이 ‘여성은 모래판에서 내려가라’고 여러 차례 방송했다. 당황해서 그랬다고는 하지만 한 사람의 목숨이 경각에 달린 상황에 적합하지 않은 대처였다. 깊은 사과의 말씀 올린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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