男학생 ‘투명 책가방’에 생리대 가득… 왜?

ptk@donga.com2018-04-04 17: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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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14일 총기난사 사건이 발생한 미국 플로리다 주 파크랜드의 마조리 스톤맨 더글라스 고등학교가 학생들에게 투명 책가방을 매도록 하면서 사생활 침해 논란이 일고 있다.

4월 3일(현지시간) abc뉴스 등 미국 언론에 따르면, 마조리 스톤맨 더글라스 고교는 전날 3200여 명의 학생들에게 속이 훤히 들여다 보이는 비닐 책가방을 배포했다. 학생들은 앞으로 학교에 올 때 반드시 이 가방을 메야 한다.

뿐만 아니라 교내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가방 검문 절차를 거쳐야 한다. 스포츠 가방과 악기 가방도 예외 없다. 학교측은 또 공항처럼 금속 탐지 게이트와 모니터링 장치 등 여러 감시 설비를 갖출 계획이다. 교내 상주 경찰 수도 늘어났다.

타이 톰슨 교장은 학부모에게 보내는 공지를 통해 “스포츠 행사나 콘서트에서의 통제와 유사한 과정으로 검색이 이뤄질 것”이라며 “’사생활 보호와 편의’, ‘안전과 보안’ 모두의 균형을 맞추는 것은 어렵다. 더 나은 이익을 위해 다른 한가지는 포기해야 한다”고 양해를 구했다.

이에 학생들은 ‘조롱 섞인 환영’ 의사를 쏟아내고 있다고 언론은 전했다. 이는 정부가 총기를 규제하는 대신 교내 보안만 강화하는 것에 따른 비판이다.

학생 키라 시몬은 “환상적인 안보 방안이다. 학생들이 프라이버시를 침해 당했다고 느끼는 것 말고는…”이라고 말했고, 케냐 워너는 “테러범들은 무기를 들여올 또 다른 방법을 찾을 것이다. 투명 가방은 아무런 해결책이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학생은 “새 가방은 NRA(미국 총기협회) 의제만큼 투명하다”고 조롱했다.

또 많은 학생이 A4용지에 해당 방안을 비웃는 글귀를 큼지막하게 써서 투명 가방 앞쪽에 넣어 등교했다. 그리고 이를 사진으로 찍어 소셜미디어에 공유했다. 한 남학생은 생리대로 투명 가방을 가득 채운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강화된 보안 시설 때문에 학교 가는 것이 두렵다는 학생들도 많았다. 로빈슨은 “학교 갈 때 마다 검색을 받는 것은 마치 감옥 같은 느낌이다”고 했고 카이 코버는 “교내에 늘어난 경찰 때문에 학교가 경찰국가 같다. 학생들은 자유를 잃고 있다”고 비판했다.

앞서 지난 2월 14일 이 학교 퇴학생이 총기를 난사해 17명이 사망하고, 16명이 부상하는 사건이 있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지난달 24일, 10대들이 주도한 ‘총기 규제 강화 시위’가 미 전역 800여 도시에서 열렸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트위터를 통해 “수정헌법 2조(총기 소지 권리)는 절대 폐지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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