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피로증후군’으로 21세에 숨진 여성…가족들 “꾀병 취급 말아달라”

celsetta@donga.com2018-04-02 17:3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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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Manchester Evening News
영국 여성 메린 크로프트(Merryn Corfts)씨는 만성피로증후군(myalgic encephalomyelitis, ME)로 수 년 간 고통 받다 지난 2017년 5월 23일 세상을 떠났습니다. 당시 그의 나이는 고작 21살이었으며 체중은 30kg도 채 나가지 않을 정도로 여위어 있었습니다.

메린 씨와 가족을 더욱 힘들게 만들었던 것은 의사들조차 만성피로증후군을 ‘꾀병’이나 ‘정신적 히스테리’로 취급하는 현실이었습니다. 만성피로증후군은 뇌신경계 질환으로 전 세계에서 약 1700만 명 정도가 앓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여전히 많은 이들이 이 병을 대수롭지 않게 여깁니다.

메린 씨의 어머니 클레어 씨는 맨체스터 이브닝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메린은 만성피로증후군이라는 병에 대해 최대한 널리 알리고 싶어했습니다. 다른 가족들은 우리가 겪은 아픔을 겪지 않았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했습니다.

열다섯 살에 처음으로 만성피로증후군 증세를 보였던 메린 씨는 갑자기 얼굴과 손발에 종창이 생겼습니다. 의사들은 세균 감염으로 인한 증상이라고 진단했지만 종기처럼 부어 오른 곳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극심한 피로감까지 나타났습니다. 활기찼던 소녀 메린은 일상생활조차 하지 못 하고 하루 종일 침대에 누워 지낼 수밖에 없었습니다.

학교에 갔다 오면 바로 소파에 쓰러져서 여섯 시간 내내 죽은 듯 잠만 자게 된 메린 씨의 몸 상태는 하루가 다르게 악화됐습니다. 결국 어머니 클레어 씨는 일을 그만두고 하루 종일 딸을 돌보았습니다.



사진=Manchester Evening News
손가락 하나 까딱하기 어려울 정도로 심한 피로감만큼 가족을 괴롭힌 것은 주변의 차가운 시선이었습니다. 일반인은 물론 의사들 중에서도 ‘피곤해서 못 움직인다는 건 그저 핑계 혹은 히스테리일 뿐’이라고 치부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습니다.

클레어 씨는 “딸의 증상을 말하면 어떤 의사는 ‘꾀병 아니냐’고 말했고 또 다른 의사는 ‘못 믿겠다’고 말했습니다. 결국 공공의료 시스템에 환멸을 느낀 우리 가족은 비싼 진료비를 지불하고 개인 병원에 가서 검사받은 끝에 만성피로증후군이라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전쟁 같은 나날이었어요”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국제보건기구(WHO)가 1960년대에 만성피로증후군을 신경질환이라 규정했고 진단 가이드라인까지 다 나와 있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들과 의사들은 이 병을 꾀병이라고 생각합니다. 계란으로 바위 치는 느낌이었죠”라고 덧붙였습니다.

메린 씨는 극도의 피로감과 온 몸을 짓누르는 아픔과 더불어 사회의 차가운 시선과도 맞서 싸워야 했습니다. 가족들과 포옹하기 좋아하던 정 많은 소녀였던 그는 병 때문에 온 몸이 아파 어머니의 포옹마저도 거부해야 했습니다.

늘 긍정적이었던 메린 씨는 침대에 누워서도 만성피로증후군을 앓는 다른 이들이 자기처럼 편견에 고통 받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말을 자주 했다고 합니다. 결국 그는 스물한 살이라는 젊디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지만, 클레어 씨는 딸이 남긴 뜻을 이어가기 위해 만성피로증후군 바로 알리기에 애쓰고 있습니다.

클레어 씨는 “딸은 스물한 번 째 생일을 맞이하고 열흘 뒤 세상을 떠났습니다. 딸아이는 고통스러워하면서도 병원에는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했어요. 이 병에 대해 더 널리 알려서 편견을 없애고 싶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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