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영 “아동학대, 우리 주변 일…외면 말아 주세요”

projecthong@donga.com2018-04-07 11: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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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방송가에는 리메이크 열풍이 불고 있다. 국내 작품은 물론 해외 인기 작품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 줄줄이 선보이고 있다. 지난달 15일 종영된 tvN 수목드라마 ‘마더’(극본 정서경, 연출 김철규 윤현기)도 그중 하나. ‘도쿄 드라마 어워드’ 4관왕 등 작품성과 화제성이 검증된 동명의 일본드라마를 원작으로, 차가운 선생님(이보영)과 엄마에게 버림받은 8살 여자 아이(허율)의 진짜 모녀가 되기 위한 가짜 모녀의 가슴 시린 러브 스토리를 담고 있다.

리메이크작인 ‘마더’ 역시 원작 못지않은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제1회 칸 국제 시리즈 페스티벌(CANNESERIES, Cannes International Series Festival) 공식 경쟁부문 진출하는 쾌거를 이루며, 리메이크작이라는 한계를 넘어 한국적인 정서를 담아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리고 그 과정에는 실제 엄마로서 수진이라는 인물에 몰입한 배우 이보영이 있다.

“‘마더’를 선택한 이유는 ‘엄마’라는 것에 대해 말하고 싶었어요. 제가 아이가 있지만, 처음부터 모성이라는 감정이 생긴 것은 아니에요. 아이를 낳으면 생긴다고 하는데, 전 그렇지 않았어요. 아이에 대한 부정이 컸어요. 처음에는 ‘내가 이상한가’ 생각했어요. 그런데 아이와 교감하고 키우면서 달라지더라고요. 흔히 ‘기른 정’이라고 하잖아요. 무시 못하겠더라고요. 오빠(지성)가 ‘만약 병원에서 아이가 바뀌었는데, 그 사실을 지금 알게 됐다면 어떻게 하겠냐’고 묻더라고요. 전 ‘그래도 아이를 바꾸지 않을 거 같다’고 했어요. 내 감정이 온통 이 아이에게 집중했는데, 그걸 포기할 수가 없더라고요. 하루하루 아이와 한 시간이 중요한 것 같아요. ‘마더’는 낳았다고 엄마가 아닌 정서적인 교감에서 피어나는 ‘엄마’, ‘진짜 엄마’에 대한 이야기에요. 그래서 출연하게 됐어요. ‘진짜 엄마’라는 의미를 공유하고 싶었어요.”


큰 맥락에서 ‘마더’는 ‘엄마는 과연 어떤 존재일까’를 이야기한다. 그러나 그 속에는 ‘아동학대’, ‘입양’이라는 다소 민감한 사회적인 문제를 다루고 있다. 분명히 한 아이의 엄마로서 쉽지 않을 소재들이다. 그런데도 이보영은 다시 한번 ‘마더’가 전하고 싶은 분명한 메시지를 전한다. 눈 감고 귀 닫고 입 닫는 사회에 외면하지 말고, 방관하지 말라고.

“아동학대는 하는 사람도, 보는 사람도 쉽지 않은 소재라고 생각해요. 그럼에도 ‘마더’에서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아동학대 등 사회 문제를 외면하지 말라는 거예요. 솔직히 아동학대의 강도와 빈도가 높아지고 있어요. 그런데 우리가 접하는 소식은 활자나 보도가 전부예요. 이미 걸러진 이야기예요. 불편하다는 이유로 외면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렇지만 분명한 것은 우리 주변에 이런 문제가 많다는 거예요. 그런 의미에서 ‘마더’는 사회적으로 인식이 바뀌고, 제도적으로 바뀌어야 하는 ‘화두’를 던지는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한 번쯤 생각하고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해요. 그것이 제가 이 작품을 선택한 이유고요.”

또 입양 가정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당부했다. 이보영은 “낳은 정보다 기른 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여전히 우리 사회에는 입양 가정에 대한 편견이 많다. 아이를 낳고 외면하는 부모도 있는 반면에 아이에게 가족이 되어주는 따뜻한 분들이 많다. 입양 가정이라는 이유로 동정하거나 안타깝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일반 가정처럼 자연스럽게 바라볼 수 있는 성숙한 시선일 필요한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시청률의 여왕’으로 불리며 출연작마다 좋은 성과를 나타낸 이보영이지만, ‘마더’는 흥행이라는 단편적인 성적에서는 아쉬움을 남겼다. 첫회 3.0%으로 시작한 ‘마더’는 5.0%의 시청률로 종영했다. 11.2%를 종영한 전작 ‘슬기로운 감빵생활’과 비교하면 아쉬운 성적이다. (닐슨코리아, 유료플랫폼, 전국기준) 그런데도 이보영은 만족감을 드러낸다.

“시청률을 기대했다면, 이 작품에 출연하지 않았을 거예요. 그럼에도 많은 사람이 외면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은 있었어요. 다행히 종영할 때쯤에는 꽤 많은 사람이 호응해 주셨어요. 감사해요. 여운이 오래 갈 것 같아요. 시청자들도 이 여운이 오래 갔으면 해요. ‘마더’는 제게 완벽한 드라마였어요.”

‘마더’라는 필모그래피는 이보영에게 특별하다. 하지만 언제까지 ‘마더’라는 여운에 갇혀 있을 수도 없다. ‘너의 목소리가 들려’, ‘신의 선물-14일’, ‘귓속말’ 등 범상치 않은 작품을 통해 이보영의 연기 변신을 기대하는 대중의 기대감을 충족해야 하는 것도 이보영의 몫. 이보영은 “일부러 어려운 작품만을 선택하는 것은 아니다. 솔직히 내 나잇대의 여배우가 선택할 수 있는 작품이라는 게 많지 않다. 가볍다고 해도 불륜 같은 소재가 끼어 있다. 그리고 하고 싶은 작품은 대부분 대본이나 캐릭터가 좋다. 내 마음에 ‘훅’ 들어온다. 다만, 이상하게 작업이 쉽지 않고, 어렵다. 보는 사람들도 어렵다고 생각한다. 일부러 기대감을 주고자 어려운 작품을 선택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이야기했다.

줄곧 ‘선역’(善役)을 연기하는 것에 대해서는 “악역을 전혀 안 한 것은 아니다. 오빠(지성)와 만난 작품(SBS ‘마지막 춤은 나와 함께’, 2004년)에서도 악역이었다. 다만, 그 후에는 정적인 캐릭터만 들어오더라. 과도기 때에는 ‘왜 정적인 캐릭터만 들어올까’ 고민도 했었다. 그런데 내가 악역을 하면 무섭긴 할까”라고 웃었다.

그러면서 “악역에 대한 욕심은 분명히 있다. 그렇지만, 1차원적인 악역은 싫다. 분명 보시는 분들도 그런 이보영의 연기를 보고 싶지 않을 것이다. 좋은 캐릭터가 있다면, 주저하지 않고 선택할 예정이다. 언제일지 모르지만, 내 악역 연기를 기대해 달라”고 말했다.


지난해 ‘귓속말’에 이어 올해 ‘마더’까지 여배우로 돌아온 이보영은 다시 엄마로 돌아간다. 이보영은 차기작보다는 아이와 시간을 보낼 예정이다.

“당장 차기작으로 준비한 작품은 없어요. 우선 아이에게 집중할 생각이에요. 너무 미안했어요. 엄마한테 화가 많이 나 있더라고요. 아직 어려서 엄마가 일하는 것에 대해 이해하지 못해요. 아이 옆에 항상 있어 줘야 하는 데 부족함을 느껴요. 정말 아이에게는 미안해요. (눈물) 당분간은 아이와 좋은 시간을 보내고 싶어요. 진짜 ‘마더’로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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