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는 ‘#미투’대신 ‘#쌀토끼’가 유행하고 있다

celsetta@donga.com2018-03-29 18:2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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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ABC뉴스
전 세계적으로 ‘미투(MeToo)’ 해시태그가 퍼져나가는 가운데, 중국에는 ‘쌀토끼(米兔)’라는 단어가 미투 대신 사용되고 있습니다. 중국 정부가 ‘미투’라는 단어를 검색 금지어로 지정했기 때문입니다. 중국어로 쌀토끼(미토)는 ‘미투’라고 발음되기에 중국 네티즌들은 ‘쌀토끼’를 미투의 대체어로 사용하며 운동을 이어 나가고 있습니다.

중국에서 미투 운동이 시작된 것은 2018년 1월 1일이었습니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일하는 중국 여성 뤄첸첸 박사는 자신이 베이징 베이항대학에서 공부하던 당시 지도교수로부터 성폭행 당할 뻔 했다는 사실을 웨이보에 털어놓았습니다.

뤄 씨의 용기 있는 고백이 기폭제가 되어 많은 여성들이 교수로부터 당한 성폭력 피해를 연달아 폭로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들은 뤄첸첸 씨가 용기를 내 준 덕에 자신들도 목소리를 낼 수 있었다며 #미투인차이나(MeToo在中国) #나도그래(我也是) 같은 해시태를 붙여 미투 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했습니다.

그러나 미투 운동이 커지면 사회적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고 판단한 중국 정부는 인터넷 검열을 통해 ‘미투’를 금지어로 지정해 버렸습니다. 당국의 압박 때문에 웨이보에서는 미투 페이지가 삭제됐으며 ‘#미투인차이나’는 일시적 검색금지어로 지정됐습니다.

중국 정부의 인터넷 검열은 일상적인 일입니다. 시진핑 주석이 디즈니 만화 캐릭터 ‘곰돌이 푸’와 닮았다는 이야기가 나오자 정부는 ‘디즈니’를 검색 금지어 목록에 올리기도 했습니다. 가상 미래 독재사회를 풍자한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와 ‘동물농장’,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역시 금지어입니다.

ABC뉴스, CNN 등 외신은 중국 정부가 페미니스트 등 사회적 문제에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을 골칫거리로 취급한다고 지적했습니다. 2015년에는 여성 인권 운동가 다섯 명이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다는 이유로 구속되기도 했습니다. 이들이 일으킨 ‘물의’란 ‘공공 장소에서 성추행 피해를 당할 수 있으니 조심하라’는 내용의 전단지를 돌린 것이었습니다.

당국의 검열과 감시를 피해 ‘미투’를 ‘쌀토끼’로 적어 가며 온라인 활동을 해야 하는 중국 네티즌들. 중국에서 ‘미투’를 ‘미투’라 부를 수 있는 날은 언제 올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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