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인 척 하면 할인’ CGV 만우절 이벤트 인종차별 논란

celsetta@donga.com2018-03-29 16: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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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7년 관객이 가져온 통에 팝콘을 가득 채워주는 이벤트로 화제를 모았던 CGV가 2018년 만우절을 맞아 또 다른 이벤트를 기획했습니다.

이번 이벤트는 ‘글로벌 만우절’로, 4월 1일 매표소를 찾는 관객 중 외국인 관객과 외국인인 ‘척’ 하는 한국인 관객에게 할인 혜택이 제공됩니다. CGV는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CGV 세계 최고 컬처플렉스 도약 기념 외국인 특별 요금제를 런칭”이라 소개한 뒤 “외국어를 말하면 2D영화를 8000원에 관람할 수 있고, 외국 전통의상을 입고 오는 관객은 2D영화를 반값에 관람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언뜻 보면 기발한 이벤트일 수 있으나, 외국인을 흉내 낸다는 행동 자체가 인종차별적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외국어로 말하는 과정에서 불필요하게 과장된 제스처를 취하거나 고정관념 속 특정 국가 국민의 모습을 희화화해 묘사하는 등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벤트 안내 페이지 내에 ‘특정 외국인을 비하하거나 불쾌감을 줄 수 있는 행위 또는 분장 시 절대 할인 불가’라고 적혀 있지만, 허용되지 않는 행위나 분장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지는 명시되어 있지 않습니다.

실제로 일부 네티즌들은 CGV 공식 페이스북 페이지에 “짱X(중국인을 비하하는 말) 인 척 해야겠다”, “흑인처럼 피부 칠하고 가면 재밌을 듯”이라며 외국인이나 특정 인종을 폄하하거나 희화화하는 댓글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사진=CGV 페이스북 캡처
사진=CGV 페이스북 캡처
이에 또 다른 네티즌들은 CGV의 이번 이벤트에 명백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외국인 입장에서는 기분 나쁠 듯”, “평범하게 외국어 하는 사람만 있는 게 아니라 분명 일부러 우스꽝스럽게 발음 꼬면서 흑형이니 아랍인이니 하는 사람도 나올 텐데 이걸 어디까지 허용해 줄 건지 기준도 불명확하다”, “외국인인 척 하는 것 자체가 매우 실례되는 행동이다. 문화·인종차별 행위를 할인으로 연결시키다니”, “왜 한국에선 이런 게 문제라고 생각을 못 하나”와 같은 우려가 잇달았습니다.

한국에 거주 중이라고 밝힌 한 캐나다인 네티즌은 “한국 남편과 결혼했지만 (한국 사회의)이런 마인드 때문에 결국 가족과 함께 한국을 떠나기로 했다”라며 “다른 나라 사람이나 문화를 물건이나 캐릭터로 생각하지 말고 같은 사람으로서 존경해 주었으면 한다. 이 행사는 한국사회 개선에 해를 끼치고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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