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이로 착각해 꿀꺽?…뱀 X-ray 사진 속 ‘슬리퍼’가 떠억!

lastleast@donga.com2018-03-28 17:2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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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HerpVet. ABC
사진=N&S Snake Catcher. ABC
한 입에 먹이를 집어 삼키는 대형 뱀이 먹어서는 안 될 것을 삼켰다가 수술까지 받게 됐다.

호주 공영방송 ABC 등 현지매체는 3월 27일 호주 브리즈번 한 가정집에서 슬리퍼를 삼킨 상태로 발견된 뱀의 소식을 전했다.

매체에 따르면 퀸즐랜드 주 브리즈번에 살고 있는 한 노인은 평소와 같이 침대 아래 슬리퍼를 벗어 두고 잠이 들었고, 다음날인 지난 20일 자신의 슬리퍼 한 쪽이 감쪽같이 사라진 것을 알게 됐다.

그는 슬리퍼를 찾기 위해 온 집안을 뒤졌고, 이틀 뒤인 22일 집안 한쪽 구석에서 슬리퍼가 아닌 몸길이가 약 2m에 달하는 카펫왕뱀을 발견했다.

그는 뱀의 몸통 일부가 유난히 부푼 것을 보고 사라진 슬리퍼를 떠올렸고, 뱀 포획전문 업체에 이를 신고했다.

직접 뱀을 포획한 포획전문가 샐리 힐과 노만 힐은 “우리가 뱀을 잡았을 때, 뱀이 슬리퍼를 삼킨 것이 확실해 보였다”며 “뱀의 피부를 통해 슬리퍼 밑창이 느껴졌다”고 말했다.

이들은 “우리는 주로 쥐나 고양이, 강아지, 닭 등을 삼킨 뱀을 봐왔는데, 슬리퍼를 삼킨 뱀을 본 것은 처음이다”라며 “쥐가 슬리퍼 위를 기어 다녔거나, 슬리퍼 위에 배설을 했을 것”이라며 뱀이 슬리퍼를 삼킨 이유를 추측했다.

포획된 뱀은 이날 오후 퀸즐랜드의 한 동물병원으로 옮겨졌고, 뱀의 상태를 본 수의사는 X-ray 촬영 등 검사를 통해 몸속에 있는 이물질이 슬리퍼임을 확신했다.

담당 의사는 “뱀이 이물질을 삼켰을 경우 입 밖으로 이물질을 역류시키는 방법으로 이물질을 제거할 수도 있다. 하지만 슬리퍼는 너무 커서 나오지 않을 것”이라며 제거 수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의사는 약 1시간에 걸쳐 2m에 달하는 뱀의 약 45cm를 절개한 뒤 위장절제술을 통해 뱀의 몸 안에 있던 슬리퍼를 꺼냈다. 슬리퍼는 일부가 살짝 찢어지기는 했으나 한 번에 제거됐다.

수술 후 의사는 “수술 결과 특별한 손상은 없었다. 약 6주~8주 간 회복기가 필요하다”며 “만약 뱀이 잡히지 않았더라면 죽었을 수도 있다. 슬리퍼는 소화가 되지 않기 때문에 그대로 몸 속에 머물게 되며 그 결과 위 궤양, 감염 등 심각한 문제로 이어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슬리퍼의 밑창이 선명하게 나타난 뱀의 X-ray사진을 보며 “지난 몇 달 간 테니스공을 삼킨 뱀 등 꽤 많은 뱀의 이물질 제거 수술을 했지만, 내가 본 X-ray 중 가장 인상적이었다”고 전했다.

한편 유린목 비단구렁이과인 카펫왕뱀은 주로 포유류, 박쥐, 조류, 파충류 등을 먹이로 삼으며 2~3.5m까지 자란다. 카펫왕뱀은 나무에서만 생활하지 않고 다양한 지역을 이동하고 다니며 덥고 건조한 지역의 온대지역에서 발견되며 호주, 인도네시아, 파푸아뉴기니의 산림 지역 등에서 주로 서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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