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5호선 성희롱 증언해주신 분을 찾습니다"

kimgaong@donga.com2018-03-23 15:5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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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DB
지하철 욕설·성희롱 목격 증언을 해준 사람을 찾는다는 글이 눈길을 모으고 있습니다. 

3월 21일 네이트판에는 “지하철에서 욕설·성희롱 증언을 해주신 여자분을 찾는다”는 글이 올라왔습니다. 

글쓴이 A 씨는 3월 20일 저녁 서대문역에서 광화문역으로 가는 5호선을 탔다고 합니다. 그런데 술에 취한 남성이 A 씨에게 다가와 “야”라고 반복해 불렀다고 합니다. A 씨는 취객을 무시했지만 취객은 “야 이X아. 너 같은 X들 때문에 미투가 나오는 거다. 네 다리를 찢어서 X쳐야 한다. 내가 친구들 불러 너 하나 그렇게 만드는 거 못 할 것 같냐” 등 심한 욕설과 성희롱 발언을 했습니다.

A 씨는 무시하고 지하철에서 내리려고 했으나 그냥 내리면 해당 남성은 앞으로도 이런 행동을 반복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때문에 용기를 내어 지하철 신고 번호로 전화했습니다. 

이내 지하철 역무원이 나타났고, 남성은 갑자기 태도를 바꿔 “내가 왜? 제가 뭘 했다고요?”라며 시치미를 뗐다고 합니다. 

그 순간 A 씨는 ‘제대로 입증이 안 되면 내가 이상한 사람이 될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다른 승객들에게 증인이 되어줄 수 있냐고 물었습니다. 

대부분 증인으로 나서려 하지 않았지만 한 여성이 “제가 하겠다”면서 일어났습니다. 증인 B 씨는 “정말 신고 잘하셨다”면서 A 씨를 위로했습니다. 취객이 A 씨를 해코지할 때도 B 씨는 “떨지 말라”, “무시해라”라면서 A 씨를 도왔다고 하네요. 

A 씨가 공개한 사건 번호 문자와 수사관 명함 등/네이트판 캡처
이날 B 씨는 경찰서에 가서 진술서를 꼼꼼히 작성하는 등 2시간가량 절차를 밟은 후에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하지만 B 씨가 A 씨보다 자리를 먼저 뜨는 바람에 제대로 감사를 표하지 못 했다고 하네요. 

A 씨는 “추운 날씨에도 묵묵히 기다려주신 20대 젊은 여자분이 이 글을 보게 된다면 감사하다고 전하고 싶다”고 밝혔습니다. 

덧붙여 “이런 일을 당했을 때 참고 지나가는 게 아니라 용기를 내는 것도, 신고하는 것도, 증언을 하는 것도 어쩌면 그렇게 두렵고 힘든 일만은 아니라는 걸 말씀드리고 싶다”고 적었습니다. 



B 씨로 추정되는 인물은 해당 글에 답글을 남겼습니다. B 씨는 친구에게 글 올라왔다는 얘기 듣고 바로 댓글 남긴다면서 “목격한 사람으로서 마땅히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지 보상을 바라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영상, 녹음 파일 등이 없기 때문에 주작일 거라는 일부 누리꾼을 향해서는 “저도 벌벌 떨렸는데 피해자는 얼마나 무서웠겠냐”면서 “당하고 있는 입장에서 어떻게 녹음과 영상을 찍나. 당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하는 말이다”라고 일침을 가했습니다.

누리꾼들은 “근데 소름 돋는 건 증인이 없었다면 저 아저씨는 증거 불충분으로 혐의가 제대로 인정이 안 되었겠네?”, “용기 있는 두 분께 박수를 보내드린다”, “저도 지하철에서 어떤 남자가 제 다리 찍는 걸 어떤 아주머니가 보고 말해주셨다. 나중에 증언도 해주셔서 그 사람 잡았다”, “이 글을 보니 저도 나중에 꼭 도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등의 반응을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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