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학생도 치마 입을 수 있다” 日 중학교 ‘젠더리스 교복’

celsetta@donga.com2018-03-16 16:5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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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NHK
여학생 교복, 남학생 교복을 따로 지정하지 않고 누구든 치마와 바지를 자유롭게 입을 수 있도록 한 일본 중학교가 눈길을 모으고 있습니다.

최근 NHK 보도에 따르면 화제의 중학교는 치바 현 카시와 시에 4월 개교 예정인 ‘카시와시립 카시와노하 중학교’입니다. 현재 카시와 시내에 있는 중학교 20곳은 모두 남학생과 여학생 교복을 다르게 지정하고 있으며 몇 십 년 전부터 애용되던 ‘남자는 가쿠란(목 깃이 높은 남학생 교복), 여자는 세일러 칼라 교복’ 조합을 따르고 있습니다.

카시와노하 중학교는 주변 학교들과 달리 서양식 정장 스타일(블레이저) 교복을 채택했으며 남학생과 여학생이 마음대로 치마 교복과 바지 교복 중 골라 입을 수 있도록 했습니다. 넥타이와 리본도 성별에 상관없이 원하는 대로 선택할 수 있습니다.

학교 측은 “성소수자 학생들이 교복 때문에 괴로워하는 일이 없도록 무성(無性)적인 교복을 만들었다”고 밝혔습니다. 대개 여학생 교복은 같은 재킷이라 해도 남학생 옷보다 허리선이 강조되고 몸에 달라붙게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이 학교 교복은 오로지 크기 차이만 있을 뿐 남학생용과 여학생용의 구분이 전혀 없습니다. 재킷 앞 단추도 왼쪽, 오른쪽 어느 방향으로든 여밀 수 있도록 제작됐습니다.

카시와시에 거주하는 24세 성인 ‘K(익명)’씨는 신체적으로는 여성이지만 정신적으로는 스스로를 남성이라고 인식하는 성동일성장애를 갖고 있습니다. K씨는 NHK와의 인터뷰에서 “학창시절 세일러복을 입는 게 고통스러웠다. 거울을 볼 때마다 ‘나는 남자인데 왜 여학생 교복을 입어야 하나’싶었고 늘 어색했다”고 말했습니다.

결국 교복 때문에 매일같이 고민하던 K씨는 학교에 가는 것 자체가 싫어졌고, 학교 측과 협의해 트레이닝복 차림으로 통학할 수 있도록 허락 받았습니다. 다행히 3학년 때에는 남학생 교복을 입을 수 있게 됐고 K씨는 “이제야 보통 남자들과 똑같아졌다”며 마음이 가벼워지는 것을 느꼈다고 합니다.

카시와노하 중학교 측은 “학생들이 자기 뜻에 따라 자유롭게 교복을 고를 수 있도록 최대한 배려했다. 새로 개교하는 학교이니만큼 학교 관계자와 보호자들이 여러 가지로 의견을 나눈 끝에 내린 결정”이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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