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 유리병으로 내려치고 “난 백인, 너 죽여도 문제 없어”

celsetta@donga.com2018-03-07 16: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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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마리우스 마콘 씨 트위터(@@EltonPrince)
생면부지의 흑인 남성에게 갑자기 유리병을 휘둘러 상처 입힌 뒤 ‘난 백인이니 너 하나 죽여도 문제 없다’고 말한 백인 여성이 처벌 없이 풀려나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3월 6일 워싱턴포스트 보도에 따르면 스페인 마드리드에 사는 흑인 남성 마리어스 마콘 씨는 3일 마드리드 시내 카페에서 33세 백인 여성으로부터 변을 당했습니다. 문제의 여성은 갑자기 마콘 씨에게 다가오더니 다짜고짜 병을 휘둘렀습니다. 마콘 씨는 오른쪽 눈 위가 찢어지는 상처를 입었으며 얼굴에 멍도 들었습니다.

마콘 씨에 따르면 가해 여성은 대뜸 “난 흑인들이 이런 카페나 내 앞에 있는 게 싫다”고 시비를 걸었다고 합니다. 마콘 씨는 침착하게 “난 여기 온 지 몇 분 되지도 않았고 이제 곧 떠날 거다. 당신 주변에서 맴돌 생각은 추호도 없다”고 대꾸했으나 여성은 흑인 비하 욕설을 내뱉으며 그에게 유리병을 휘둘러 머리를 두 번 때렸습니다.

심지어 가해자는 “난 백인이야. 널 죽여도 아무 문제 없다고!”라며 시대를 한참 착각한 것 같은 말도 내뱉었습니다.

경찰의 대응은 마콘 씨를 더욱 더 황당하게 만들었습니다. 신고 받고 달려온 경찰은 가해자로부터 진술서만 받고 바로 풀어주었습니다. 이민자와 난민 지원 네트워크는 이 사건을 단순 폭행이 아닌 증오범죄로 보고 강력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마콘 씨는 자신의 SNS에 “집에 앉아 가만히 생각해 보니 나 스스로도 놀라운 사실을 깨달았다. 내가 그 여자에게 어떤 미움도 품고 있지 않다는 거였다”고 적었습니다. 그는 “왜 그런지는 나 자신도 모르겠지만 그 여성에게 화가 나지 않는다. 그저 그 사람이 증오심 때문에 인생을 즐기지 못하고 사랑을 모른 채 산다는 사실이 안쓰러울 뿐”이라고 밝혔습니다.

마콘 씨는 인종차별이 가해자의 삶도 파괴한다며 “증오를 이겨내는 힘은 사랑이다. 사랑이 얼마나 아름다운 지 모르고 사는 사람이 많다는 게 안타까울 따름”이라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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