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은 시인(85)의 성추문을 시 ‘괴물’을 통해 처음 폭로한 최영미 시인(57)은 동아일보에 전한 글과 말은 모두 “사실”이라며 “나중에 문화예술계 성폭력을 조사하는 공식기구가 출범하면 나가서 상세히 밝히겠다”고 밝혔다.
최영미 시인은 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언론의 인터뷰 요청에 일일이 응하지 못함을 양해 바란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최영미 시인은 지난달 27일 동아일보에 보낸 약 1000자 분량의 글에서 본인이 직접 목격한 고은 시인의 성추행 장면을 설명했다.
최영미 시인은 “그(고은 시인)가 의자 위에 등을 대고 누웠다. 그리고 갑자기 바지 지퍼를 내리고 자신의 아랫도리를 손으로 만졌다. 잠시 후 그는 나와 다른 젊은 여성 시인을 향해 ‘니들이 여기 좀 만져줘’라고 명령하듯 말했다”고 밝혔다.
최영미 시인은 4일 동아일보와 통화에서 고은 시인이 영국의 한 출판사에 성명서를 보내 ‘부끄러운 짓은 하지 않았다’고 주장한 것과 관련, “그는 이제 그에게 남은 마지막 기회를 날려 보낸 것 같다. 진심으로 사과하고 국민들에게 용서받을 수 있었는데 딱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하 지난달 27일 최영미 시인이 동아일보에 보낸 원고 전문▼
내 입이 더러워질까봐 내가 목격한 괴물선생의 최악의 추태는 널리 공개하지 않으려 했는데, 반성은커녕 여전히 괴물을 비호하는 문학인들을 보고 이 글을 쓴다.
내가 앞으로 서술할 사건이 일어난 때는 내가 등단한 뒤, 1992년 겨울에서 1994년 봄 사이의 어느날 저녁이었다. 장소는 당시 문인들이 자주 드나들던 종로 탑골공원 근처의 술집이었다. 홀의 테이블에 선후배 문인들과 어울려 앉아 술과 안주를 먹고 있는데 원로시인 En이 술집에 들어왔다.
주위를 휙 둘러보더니 그는 의자들이 서너개 이어진 위에 등을 대고 누웠다. 천정을 보고 누운 그는 바지의 지퍼를 열고 자신의 손으로 아랫도리를 주무르기 시작했다. 난생 처음 보는 놀라운 광경에 충격을 받은 나는 시선을 돌려 그의 얼굴을 보았다. 황홀에 찬 그의 주름진 얼굴이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
“아-” 흥분한 그의 입에서 신음소리가 들렸다. 한참 자위를 즐기던 그는 우리들을 향해 명령하듯,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
“야 니들이 여기 좀 만져줘.”
‘니들’ 중에는 나와 또 다른 젊은 여성시인 한명도 있었다. 주위의 문인 중 아무도 괴물 선생의 일탈행동을 제어하지 않았다. 남자들은 재미난 광경을 보듯 히죽 웃고….술꾼들이 몰려드는 깊은 밤이 아니었기에 빈자리가 보였으나, 그래도 우리 일행 외에 예닐곱 명은 더 있었다. 누워서 황홀경에 빠진 괴물을 위에서 내려다보더니 술집여자가 묘한 웃음을 지으며 한마디 했다.
“아유 선생님두-”
이십 년도 더 된 옛날 일이지만, 그때를 떠올리면 지금도 처치하기 곤란한 민망함이 가슴에 차오른다. 나도 한때 꿈 많은 문학소녀였는데, 내게 문단과 문학인에 대한 불신과 배반감을 심어준 원로시인은 그 뒤 승승장구 온갖 권력과 명예를 누리고 있다.
공개된 장소에서, 사람들 앞에서 자신의 ‘물건’을 주무르는 게 그의 예술혼과 무슨 상관이 있는지…. 나는 묻고 싶다. “돌출적 존재”인 그 뛰어난(?) 시인을 위해, 그보다 덜 뛰어난 여성들의 인격과 존엄이 무시되어도 좋은지.
-시인 최영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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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미 시인은 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언론의 인터뷰 요청에 일일이 응하지 못함을 양해 바란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최영미 시인은 지난달 27일 동아일보에 보낸 약 1000자 분량의 글에서 본인이 직접 목격한 고은 시인의 성추행 장면을 설명했다.
최영미 시인은 “그(고은 시인)가 의자 위에 등을 대고 누웠다. 그리고 갑자기 바지 지퍼를 내리고 자신의 아랫도리를 손으로 만졌다. 잠시 후 그는 나와 다른 젊은 여성 시인을 향해 ‘니들이 여기 좀 만져줘’라고 명령하듯 말했다”고 밝혔다.
최영미 시인은 4일 동아일보와 통화에서 고은 시인이 영국의 한 출판사에 성명서를 보내 ‘부끄러운 짓은 하지 않았다’고 주장한 것과 관련, “그는 이제 그에게 남은 마지막 기회를 날려 보낸 것 같다. 진심으로 사과하고 국민들에게 용서받을 수 있었는데 딱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하 지난달 27일 최영미 시인이 동아일보에 보낸 원고 전문▼
내 입이 더러워질까봐 내가 목격한 괴물선생의 최악의 추태는 널리 공개하지 않으려 했는데, 반성은커녕 여전히 괴물을 비호하는 문학인들을 보고 이 글을 쓴다.
내가 앞으로 서술할 사건이 일어난 때는 내가 등단한 뒤, 1992년 겨울에서 1994년 봄 사이의 어느날 저녁이었다. 장소는 당시 문인들이 자주 드나들던 종로 탑골공원 근처의 술집이었다. 홀의 테이블에 선후배 문인들과 어울려 앉아 술과 안주를 먹고 있는데 원로시인 En이 술집에 들어왔다.
주위를 휙 둘러보더니 그는 의자들이 서너개 이어진 위에 등을 대고 누웠다. 천정을 보고 누운 그는 바지의 지퍼를 열고 자신의 손으로 아랫도리를 주무르기 시작했다. 난생 처음 보는 놀라운 광경에 충격을 받은 나는 시선을 돌려 그의 얼굴을 보았다. 황홀에 찬 그의 주름진 얼굴이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
“아-” 흥분한 그의 입에서 신음소리가 들렸다. 한참 자위를 즐기던 그는 우리들을 향해 명령하듯,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
“야 니들이 여기 좀 만져줘.”
‘니들’ 중에는 나와 또 다른 젊은 여성시인 한명도 있었다. 주위의 문인 중 아무도 괴물 선생의 일탈행동을 제어하지 않았다. 남자들은 재미난 광경을 보듯 히죽 웃고….술꾼들이 몰려드는 깊은 밤이 아니었기에 빈자리가 보였으나, 그래도 우리 일행 외에 예닐곱 명은 더 있었다. 누워서 황홀경에 빠진 괴물을 위에서 내려다보더니 술집여자가 묘한 웃음을 지으며 한마디 했다.
“아유 선생님두-”
이십 년도 더 된 옛날 일이지만, 그때를 떠올리면 지금도 처치하기 곤란한 민망함이 가슴에 차오른다. 나도 한때 꿈 많은 문학소녀였는데, 내게 문단과 문학인에 대한 불신과 배반감을 심어준 원로시인은 그 뒤 승승장구 온갖 권력과 명예를 누리고 있다.
공개된 장소에서, 사람들 앞에서 자신의 ‘물건’을 주무르는 게 그의 예술혼과 무슨 상관이 있는지…. 나는 묻고 싶다. “돌출적 존재”인 그 뛰어난(?) 시인을 위해, 그보다 덜 뛰어난 여성들의 인격과 존엄이 무시되어도 좋은지.
-시인 최영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