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세 소녀에게 “순교하면 국기로 덮일 것”…터키 대통령 발언에 비난 폭주

ptk@donga.com2018-02-28 10:5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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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세 소녀에게 순교를 장려하는 발언을 한 터키 대통령에게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2월 27일 미국 뉴욕타임스(NYT), 영국 BBC 등에 따르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지난 2월 24일 집권당인 정의발전당(AKP) 행사에 참석해 연단에 올랐다. 이 모습은 현지 TV방송으로 생중계 됐다.

연설을 하던 에르도안 대통령은 당 지지자들 속에서 군복과 밤색 베레모를 쓰고 서있는 6세 소녀 ‘아민 티라스’를 발견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티라스를 무대 위로 불러 양 볼에 입을 맞췄다. 갑작스럽게 대중 앞에 서게 된 아이는 겁에 질린 표정으로 흐느껴 울기 시작했다.

그러자 에르도안 대통령은 “밤색 베레모(Maroon Berets)는 절대 울지 않는다”며 “만약 이 소녀가 순교한다면, 터키 국기로 덮일 것이다. 아이는 모든 것에 대한 준비를 마쳤다. 그렇지 않니?”라고 물었다. 티라스는 “네”라고 대답했고 지지자들은 환호를 보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아이의 얼굴에 다시 입을 맞춘 후 내려 보냈다.

터키군은 지난달 20일 부터 시리아 아프린에서 쿠르드 민병대 ‘인민수비대’(YPG)를 상대로 군사작전을 벌이고 있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언급한 ‘밤색 베레모’는 이 작전에 투입된 터키 특수작전 부대의 별칭이다.

이 영상이 인터넷을 통해 확산되자 세계 주요 언론과 소셜미디어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6세 밖에 안된 아이에게 순교를 거론한 것은 물론, 전쟁을 미화하고 아이를 정치에 이용하는 것은 광기이며 충격적이라는 비판이다.

소셜미디어에서 네티즌들은 이 영상을 공유하며 “당신의 손녀에게도 똑 같은 말을 할 수 있냐”, “아동을 정부와 집권당 홍보에 이용한 ‘아동 학대”라고 비난을 쏟았다.

NYT는 “민족주의적 군국주의는 터키의 오랜 문화여서, 아프린 작전을 시작한 후 터키 정부는 전쟁을 지지하는 캠페인에 열을 올리고 있다”며 “에르도안 대통령은 돌아오는 선거를 유리하게 하기 위해 우익 민족운동당(NMP)과 손을 잡고 군사 캠패인을 벌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터키 정부의 손아귀에 있는 현지 주류 언론들은 ‘소녀는 모든 준비가 돼있다’고 헤드라인을 뽑거나 ‘에르도안 대통령이 우는 소녀를 위로 했다’고 보도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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