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임치료 전문의의 끔찍한 비밀…수십 년 후

phoebe@donga.com2018-02-27 09: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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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정자로 태어난 이복 남매들. 왼쪽부터 자코바 발라드, 줄리 하먼, 맷 화이트 씨. 출처=맷 화이트
불임시술 후 태어난 미국 인디애나주 성인 20여 명은 자신의 생물학적 아버지가 익명의 기증자나, 의대 레지던트 혹은 치대 학생인 줄 알았습니다. 몇몇은 자신들을 기른 아버지들이 친 아버지라고 믿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그들은 모두 한 남자를 생물학적 아버지로 두고 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은퇴한 인디애나폴리스의 불임치료 전문가인 도널드 클라인 박사(Donald Cline·78)는 수십 년 전, 환자들을 속이고 자신의 정자로 불임시술을 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2016년 9월 뉴스 보도를 본 맷 화이트(Matt White) 씨는 온라인에서 클라인 박사를 검색하고 깜짝 놀랐습니다. 자신의 얼굴과 너무나도 닮았기 때문입니다. 클라인의 환자 중에 화이트 씨의 어머니도 있었습니다.

맷 화이트 씨는 오랫동안 자신이 정자 기증자의 아이인 줄은 알았습니다. 그러나 친아버지인 것 같은 사람이 눈앞에 보인 것입니다. 그는 최근 AP통신에 “우연의 일치라고 하기엔 너무 비슷했다”라고 말했습니다.



도널드 클라인 박사. NBC 뉴스 화면 캡처
같은 시기 줄리 하먼(Julie Harmon) 씨도 클라인 박사의 뉴스를 TV에서 봤습니다. 그는 수년 전 자신의 혈액형이 부모와 전혀 일치하지 않는 걸 알았습니다. 당시엔 왜 그런지 몰랐지만, 어머니의 불임의사인 클라인의 뉴스를 보고 불안했습니다.

줄리 하먼 씨는 “속이 뒤집힐 줄 알았다. 뭔가 잘못된 걸 알았다”라고 AP에 말했습니다.

그는 인디애나스타와의 인터뷰에선 “누군가 이렇게 할 수 있고도 무사하다는 걸 이해하기 힘들다. 그는 우리 아버지가 생물학적 자식을 가질 수 있는 기회를 빼앗았다”라고 분노했습니다.

클라인 박사의 또 다른 자식으로 추정되는 자코바 발라드(Jacoba Ballard) 씨가 TV에 나왔습니다. 하먼 씨는 페이스북을 통해 발라드 씨와 연락을 취했고 두 사람은 사진을 교환했습니다. 서로 놀라울 정도로 닮았습니다. 하먼 씨는 “그녀의 사진을 보고 깨달았다. 심지어 우린 머리 가르마도 똑같이 나눈다”라고 말했습니다.

사정이 이런대도 클라인 박사는 억울하다며 무죄를 주장했죠. 환자들 몰래 자신의 정자를 사용했다는 사실을 부인했습니다. 

하먼 씨와 어머니는 클라인 사건 담당 형사들과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환자 기록이 이미 오래전 파기돼 클라인을 상대로 소송을 할 수 없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럼에도 피해자들은 최소한 클라인의 의사 면허증이 취소되는 걸 보고 싶어 합니다. 또한 수년 전에 일어났던 사건의 전말도 알아야 합니다. 클라인은 피해자 부모들에게 각각 익명의 기증자의 정자를 사용할 것이고, 한 사람의 정자는 세 번 이상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약속했다고 합니다.

하먼 씨와 발라드 씨, 화이트 씨는 클라인이 최근 1년 집행 유예를 선고 받았다는 소식을 듣고 인디애나폴리스 법정으로 몰려갔습니다. 클라인은 사과했지만, 정확히 얼마나 자주 자신의 정자를 사용했는지에 대해선 입을 다물었습니다.

화이트, 하먼, 발라드 씨 세 사람은 DNA테스트를 통해 확인된 다른 30대 21명 남녀와도 연락이 닿았습니다. 그들 모두의 아버지는 클라인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많은 이들이 페이스북 개인 페이지를 통해 연락하고 있으며, 몇몇은 가족들과 함께 모임을 열었습니다. 일부는 나들이를 함께 갔고, 어린 시절 사진을 공유하고, 삶의 고민을 진지하게 털어놓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더 많은 형제자매가 주변에 살고 있을 지도 모른다는 사실이 힘듭니다. 발라드 씨는 “나도 모르게 이복형제와 데이트 하고 결혼하게 될지 모른다”라고 걱정했습니다.

이제 피해자들은 진실을 원합니다. 화이트 씨는 AP통신에 “2년 기간 동안 발견된 우리가 전부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아이들이 더 많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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