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아, 사랑해” 총기난사 현장서 나눈 형제의 문자

phoebe@donga.com2018-02-22 07:4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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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과 매튜. 출처=페이스북
학교 복도에서 총소리가 울려 퍼지자 각자 교실에 있던 어린 형제는 깜짝 놀랐습니다. 살아서 다시 만날 수 있을까. 17명의 목숨을 앗아간 미국 플로리다 고등학교 총기난사 사건 현장에서 십 대 형제는 마지막을 생각했습니다.

샘 제이프(Sam Zeif‧18)와 매튜 제이프(Matthew Zeif‧14) 형제가 지난 2월 14일(현지시간) 플로리다 총기 난사 사건 현장에서 교환한 진심 어린 문자 메시지가 감동을 주고 있습니다.

총소리를 들었을 때 샘은 수학 수업을 막 마쳤습니다. 선생님은 학생들에게 2층 교실에 숨어 있으라고 지시했습니다.

“10분 동안 앉아 있었는데, 나는 내 동생이 바로 위에 있다는 걸 알았어요. 3층에 있었거든요.” 샘은 미 매체 인사이드에디션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회상했습니다.

동생 매튜의 안전을 걱정하던 샘은 문자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괜찮니?”

매튜는 “부디, 형 알지? 사랑해... 영원히 그리고 형은 최고의 형이야”라고 답장을 보냈습니다. 이에 샘은 “나도 사랑해. 우린 여기서 나갈 수 있을 거야. 내가 장담할게”라고 보냈습니다.

하지만 이어 절망적인 문자 메시지가 동생에게서 도착했습니다.

출처=트위터 @Sam Zeif
“형, 여기 시체가 있어. 우리 선생님이 돌아가셨어. 문 앞에 앉아 계셔. 나 3층에 있는데, 괜찮을까?”

샘은 동생에게 단호하게 지시했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마. 아무것도 하지 마. 알았어?”

숨진 교사는 지리학을 가르치고, 이 학교의 크로스컨트리 팀을 지도한 스콧 베이젤(Scott Beigel·35) 씨입니다. 그는 이 학교에 발령 난 지 1년 밖에 안됐습니다. 복도에 있던 베이젤 씨는 총소리가 들리자 교실로 학생들을 피신시켰습니다. 마지막 학생인 매튜까지 무사히 들여보낸 베이젤 교사는 교실 문을 잠그려다 총에 맞아 숨졌습니다.

매튜는 뉴욕타임즈에 교실 안에 화약 연기로 자욱했으며, 문 근처에 누워 있었을 때 “창백한 얼굴로 피를 흘리는 선생님을 볼 수 있었다”라고 말했습니다.

학생들을 구하다 숨진 스콧 베이젤 교사. 출처=뉴욕타임스
두 소년의 어머니 제이프 씨는 베이젤 교사가 아들의 목숨을 구했다고 했습니다.

“매튜를 뒤에 두고 먼저 교실로 들어갈 수도 있었을 겁니다. 그렇다면 매튜가 문 앞에 있었을 거예요.”

경찰을 기다리는 동안 형제는 계속해서 서로의 생존을 확인했습니다. 마침내 학교 밖에서 무사히 재회한 형제는 기쁨의 포옹을 나눴습니다. 샘은 트위터에 매튜와 나눈 문자 메시지 캡처 화면을 올렸고, 수천 명이 읽고 공유해갔습니다.

“가장 불길한 건 제 동생이 바로 제가 있던 층 바로 위에 있었다는 것과 그 아이를 다시 볼 수 있을지 모른다는 거였어요. 동생을 다시 만났을 때 제가 지금까지 느꼈던 것 중 가장 큰 안도감이었어요.” 티격태격 치고받고 싸우던 형제는 이번 시련으로 완전히 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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