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민기 교수 학과 내 절대권력, 오피스텔로 여학생들 불러…”

lastleast@donga.com2018-02-21 09:3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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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청주대학교 연극학과 졸업생이라고 밝힌 연극배우 송하늘 씨가 배우 조민기(53)의 과거 성추행을 폭로했다.

송 씨는 2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잊고 지내려 애썼지만 조민기 교수가 억울하다며 내놓은 공식입장을 듣고 분노를 도저히 견딜 수 없었다. 저와 저의 친구들, 그리고 수많은 학교 선후배들이 지난 수년간 겪어내야만 했던 모든 일들은 ‘피해자 없이 떠도는 루머’가 아니며 ‘불특정 세력의 음모로 조작된 일’도 아니다”라며 말문을 열었다.

송 씨는 “저와 제 친구들, 그리고 선후배들이 당했던 일은 명백한 성추행이었다. 나서기 너무 두려웠고 지금 이 순간에도 두렵지만 이 논란이 잠잠해지면 어디에선가 또 제2, 제3의 피해자가 저처럼 두려워하며 지낼 거라는 생각에 용기를 내서 글을 적어 보려한다”고 밝혔다.

송 씨는 2013년 자신이 청주대 연극학과에 입학했을 당시 조민기의 성추행은 교내 공공연한 사실이었으나 유명 배우이자 교수인 조민기는 학과 내 절대 권력이었기에 아무도 고발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송 씨는 “조민기 교수는 예술대학 캠퍼스 근처에 오피스텔을 가지고 있었다. 일주일에 몇 번 씩 청주에 수업하러 오는 날 밤이면 오피스텔로 여학생들을 불렀다. 워크샵이나 오디션, 연기에 관한 일로 상의를 하자는 교수의 부름을 거절할 수 없었던 어린 학생들은 조민기 교수의 오피스텔에 불려가 술을 마셨다”며 “가지 않으면 올 때까지 전화를 하거나, 선배를 통해 연락을 하거나, 함께 있는 친구에게 연락을 해왔기에 결국은 그 자리에 갈 수 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이어 “한번은 친구와 저 단 둘이 오피스텔에 불려가 술을 마시고는 여기서 자고 가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저와 친구는 집에 가겠다고 했지만 조민기 교수는 끝까지 만류했고 씻고 나오라며 갈아입을 옷을 꺼내주고 칫솔까지 새 것으로 꺼내주었다. 어떻게 이 상황을 모면해야할지 몰랐습니다. 화장실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니 조민기 교수는 저희 둘을 억지로 침대에 눕게 했고, 저항하려 했지만 힘이 너무 강해 누울 수밖에 없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침대에 눕혀진 저의 배 위에 올라타서 ‘이거 비싼거야’라며 제 얼굴에 로션을 발랐다. 무력감이 들었다. 힘으로 버텨도 아무 소용없다는 생각이 들자 머릿속이 하얘져서 어떤 소리도 낼 수 없었다. 그 사람은 저와 제 친구 사이에 몸을 우겨넣고 누웠다. 팔을 쓰다듬기도 하고 돌아누워 얼굴을 빤히 쳐다보기도 하고 옆구리에 손을 걸치기도 했다”며 “그럴 때 마다 온몸에 소름이 돋았지만 역시나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몸을 잔뜩 웅크린 채 밤새 뜬 눈으로 조민기 교수가 잠들기만을 기다렸다가 저와 제 친구는 몰래 오피스텔을 빠져나왔다”고 고백했다.


송 씨는 이외에도 조민기가 평소 남자친구와의 성관계 경험을 묻는 등 수치스러운 질문을 서슴지 않았고, 가슴을 만진 뒤 “생각보다 작다”고 말하는 등 음담패설을 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송 씨는 이후에도 선배들과 조민기의 오피스텔에 수차례 불려갔으며, 자고 가라는 조민기의 말을 따르지 않고 술에 취한 선배를 데리고 오피스텔을 떠난 다음날 조민기가 자신을 무시하거나 눈치를 주기도 했다고 폭로했다.

송 씨는 “팀 회식과 같은 공개적인 자리에서 옆자리에 앉은 여학생의 허벅지를 만지거나 등을 쓰다듬고 얼굴 가까이 다가와 이야기하거나 얼굴을 만지는 등의 행위는 너무 많아 다 적을 수도 없다”며 “2014년 1학기 노래방으로 팀 회식을 갔던 날, 여학생들을 억지로 일으켜 세워 춤을 추게 했고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가슴을 만지는 등의 신체 접촉이 이루어졌다. 가만히 앉아있던 여학생의 다리를 갑자기 번쩍 들어 올려 상의가 뒤집어져 속옷이 다 보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조민기에게 강제로 입맞춤을 당했지만 성추행을 당한 자신도, 이를 지켜보던 학과 선후배들도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고 전했다.

송 씨는 “수차례 주위에 상담을 했지만 그 자리에 왜 갔느냐, 왜 가만히 있었냐 하는 물음과 질책뿐이었다. 유난히 조민기 교수에게 자주 불려갔던 여학생들은 꽃뱀 취급까지 받아야 했다”며 “저와 다른 피해자들은 소문이 잘 못 날게 두려워서 입을 다물어야만 했다. 그냥 당하고도 가만히 있는 게 피해를 최소화 하는 길이었다. 나는, 우리는 아무런 힘도 없으니까”라며 그간의 고통을 호소했다.

이어 “하지만 이제는 제가 겪은 이 모든 일들이 제 잘못이 아니라는 것을 안다. 함께 두려워하고 고통 받았던 수많은 친구, 선후배들의 잘못도 아니다. 피해자를 스스로 숨게 만들어 가해자들이 안전할 수 있는 세상은 이제 끝나야 한다. 저 이전의 수많은 선배들과 이후의 수많은 후배들이 더 이상 연기를 못하게 될까봐, 잘못 찍히면 다시는 이 세계에 발붙이지 못할까봐 두려워 꾹꾹 참아왔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런 일을 당했음에도, 그 이후에도 그런 일이 있을 것임을 알고도 나서서 행동하지 못해서 미안하다. 나의 선배들이 나에게 해주었듯이, 나도 나의 후배들에게 ‘조심하라’는 말 밖에 해주지 못해서 정말로 미안하다. 부디 다시는 어떤 학교에서도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아울러 송 씨는 “꿈을 키우고 실력을 갈고 닦을 터전이 되어야 할 학교에서 교수가 제자에게 가한 이 성폭력은 절대로 용서받지 못할 잘못이다”라며 “학교는 학생들의 순수한 열정을 더러운 욕망을 채우는 데 이용하는 괴물이 발도 붙일 수 없는 곳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20일 청주대에 따르면 지난해 11월말 조민기에 성추행을 당했다는 피해 신고가 학교 측에 접수됐고, 이후 연극학과 학생들을 대상으로 조사를 벌여 피해자 진술을 확보해 교내 양성평등위원회에 넘겼다. 1월 말 열린 징계위원회에서 조민기에 대한 3개월 정직이라는 중징계 결정이 내려졌고, 2월28일자로 면직 처분하기로 했다.

성추행 의혹과 관련 조민기 측은 “성추행 관련 내용은 명백한 루머”라며 “교수직 박탈 및 성추행으로 인한 중징계 역시 사실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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