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담’ 조감독 “이현주, 성소수자임을 권리 삼아 피해자 매도”

lastleast@donga.com2018-02-07 13:5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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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주 감독. 사진=SBS ‘청룡영화상’ 캡처
동성의 동료 감독을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 돼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된 이현주 감독이 “억울하다”는 입장을 밝힌 가운데, 이현주 감독이 연출한 영화 ‘연애담’의 조감독 A 씨가 “이현주 감독은 자신이 성소자임을 권리삼아 피해자를 매도하기 시작했다”고 폭로했다.

A 씨는 이 감독의 입장 발표 후인 6일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지난 2년 간의 시간들이 떠올라 이 글을 작상하게 됐다. 제 3자의 입장으로 영화 현장과 재판 과정을 모두 지켜본 바, 한 사람을 매도할 의도는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며 운을 뗐다.

A 씨는 “연애담 촬영 당시 연출부들을 향한 (이 감독의)폭력적인 언어와 질타를 넘어선 비상식적인 행동들로 인하여 몇몇은 끝까지 현장에 남아있지 못했다. 이 감독으로 인한 트라우마를 겪고 수차례 상담을 받은 스태프가 있었으나 무사히 촬영을 끝마쳐야 한다는 생각과 영화 현장에 있다 보면 겪을 수 있는 일이라 생각하고 저는 침묵했다”고 고백했다.

이어 “‘연애담’ 이후 저는 피해자 감독님의 영화 조연출로도 참여 했다. 촬영 기간 동안 저는 재판 과정을 지켜보았다. 프로덕션 과정에서부터 촬영까지 몇 차례의 재판이 있었다”고 전했다.

A 씨는 “재판이 진행될수록 사건의 전말과는 상관없이 무게중심이 이상한 곳으로 쏠리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감독은 자신이 여성 성소수자임을 권리삼아 피해자를 매도하기 시작했다. 피해자의 이전 작업물에 동성애적 성향이 있음을 주장하기도 했고, 피해자의 연인관계에 대한 의심을 논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A 씨는 “폭력은 하나의 사건으로 끝나지 못하고 점점 더 큰 폭력으로 피해자를 압박하는 것을 지켜보았다”며 “(이 감독이)성소수자라는 이름 하에 변명과 권리를 행사하려고 함에 이제는 침묵할 수 없다”며 자신의 폭로에 대한 배경을 밝혔다.

그는 “폭력은 젠더와 무관하며 피해자는 여전히 트라우마 속에 갇혀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A 씨는 이 감독이 밝힌 입장과 관련 “이 감독의 심경전문을 접하고 씁쓸한 마음과 침묵하였음을 반성한다”며 “스태프들과 배우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담아 이 글을 남긴다”며 글을 마쳤다.

앞서 이 감독은 지난 2015년 술에 취한 여성 감독 B 씨에게 유사 성행위를 했고, 뒤늦게 이를 알게 된 B 씨는 준유사강간 혐의로 이 감독을 고소했다. 이 감독은 합의된 성관계였다고 주장했으나, 대법원은 지난해 12월 이 감독에 대해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성폭력 교육 40시간 이수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에 여성영화인모임은 이 감독에게 수여했던 2017년 ‘올해의 여성영화인상’을 박탈했고, 이 감독은 6일 입장자료를 통해 자신이 실명과 성 정제성을 공개하며 “여전히 무죄를 주장하고 싶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반면 피해자 B 씨는 “당신의 길고 치졸한 변명 속에 나에 대한 사죄는 어디에 있는가?”라며 이 감독의 무죄 주장을 반박했다.

김혜란 동아닷컴 기자 lastleas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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