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사람 안 같아, 혼혈처럼 예뻐” 필리핀 교과서 논란

celsetta@donga.com2018-02-05 15:4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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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토마스 오스메냐 씨 페이스북
필리핀 교과서에 ‘필리핀 사람 같지 않고 서양인 혼혈처럼 생겨서 예쁘다’라는 표현이 등장해 논란을 일으켰습니다.

문제가 된 내용은 초등학생용 교과서의 일부입니다. “보통 필리핀 사람들과 달리 그녀는 곱슬머리를 가져서 더 예뻐 보인다. 오똑한 코와 밝은 피부색 덕분에 그녀는 메스티사(mestiza·필리핀인과 외국인(주로 서양)과의 혼혈)처럼 보인다”라는 내용이 영어로 적혀 있습니다.

세부 시장 토마스 오스메냐 씨는 지난 1월 30일 이 교과서를 사진으로 찍어 자신의 SNS에 올렸습니다. 그는 “내 친구의 손주가 학교 숙제를 한다며 교과서를 보여주었는데 내용이 이렇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이런 (인종차별적) 내용으로 공부한다는 사실은 말도 안 되며 서글픈 일입니다. 교육부가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라고 밝혔습니다.

필리핀은 수백 년 간(1571~1898년) 스페인의 지배를 받은 국가입니다. 오랜 식민지배를 겪으며 자연히 필리핀 사회 상류층은 서양인과 필리핀인의 혼혈들로 채워졌고 사람들은 은연 중에 ‘서양인처럼 보이는 얼굴이 더 우아하고 아름답다’는 관념을 갖게 되었습니다.

특정 인종이 다른 인종보다 우월하거나 열등할 수 없으며 인종차별적 표현을 철저히 배격해야 한다는 것은 상식이지만 여전히 필리핀 주류 매체에서는 ‘서구적인 아름다움’을 칭송하는 표현이 쏟어지고 있습니다.

오스메냐 시장의 지적에 필리핀 네티즌들은 크게 동요했습니다. 많은 이들이 “어린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치고 있는 건가”, “서양인 같은 외모가 우월하다고 어렸을 때부터 배우고 자라면 어떻게 되겠는가”, “곱슬머리에 밝은 피부, 오똑한 콧날을 갖지 않아도 사람은 아름답다”, “교육부는 즉각 이런 교과서를 바꿔야 한다”라며 통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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