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 무서워서’ 방 161개 대저택 지은 노부인

celsetta@donga.com2018-02-01 16: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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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윈체스터'에서 사라 윈체스터 역을 맡은 배우 헬렌 미렌(Helen Mirren) / 실제 윈체스터 저택 내부
미국 캘리포니아 새너제이에는 관광 명소로 유명한 ‘윈체스터 미스터리 하우스’가 있습니다. 침실 40개에 무도회장 2개를 포함해 방이 총 161개나 되는 이 대저택의 사연은 최근 영화 ‘윈체스터’로도 제작됐습니다.

윈체스터 저택에는 벽난로만 47개가 있으며 창문은 1만 개가 넘습니다. 지하 2층 지상 7층으로 지어진 저택은 두 번의 지진을 겪으며 현재는 4층까지만 남은 상태입니다.

저택을 지은 노부인 사라 윈체스터(Sarah Winchester·1840~1922)는 총기 회사로 유명한 윈체스터 집안의 며느리였습니다. 그의 남편 윌리엄 워트 윈체스터는 라이플 총기를 팔아 막대한 재산을 거머쥐었으나 가족의 행복은 오래 가지 못했습니다. 사라는 26세 때 갓 태어난 딸 애니(Annie)를 잃었고 15년 뒤에는 남편 윌리엄마저 결핵으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슬하에 자녀가 없었기에 윈체스터 집안의 엄청난 부는 모두 사라의 몫이 되었습니다. 당시 그가상속 받은 돈은 현재 가치로 약 547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됩니다.

슬픔에 잠겨 남편과 딸을 그리워하던 사라 윈체스터는 당시 보스턴에서 이름을 날리던 영매 애덤 쿤스(Adam Coons)를 찾아가 조언을 구했습니다.



남편이 그립다고 호소하는 사라에게 애덤 쿤스는 놀라운 답변을 내놓았습니다. 가문 사람들이 비극을 겪는 이유는 윈체스터 사에서 만든 총기에 희생당한 사람들의 영혼 때문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유령의 저주로 남편과 아이를 잃었다고 여기게 된 사라는 새너제이의 한 농가를 매입해 증축을 거듭하며 대저택으로 꾸미기 시작했습니다. 총기에 희생된 영혼들을 달래는 동시에 악령의 해코지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겠다는 목적이었습니다. 1884년 시작된 저택 공사는 1년 365일 쉬는 날 없이 진행됐으며 사라 윈체스터가 사망한 해인 1922년까지 계속됐습니다. 저택은 티파니 사의 스테인드글라스 등 고급 재료를 아낌없이 사용해 화려하게 지어졌습니다.



특이한 점은 사라 윈체스터가 이 저택을 지을 때 건축가의 조언을 전혀 받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윈체스터 하우스에는 어디로도 이어지지 않는 계단, 사람 머리 위에 달린 문, 비밀 방, 비밀 복도 등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요소들이 가득합니다.

사라 윈체스터는 수많은 방과 문으로 영혼들을 달래려 한 동시에 그들을 두려워했습니다. 매일 같은 침실에서 잠을 자면 악령이 자신의 위치를 파악하고 따라온다며 이틀에 한 번 꼴로 잠 자는 방을 바꾸었습니다.

가족을 잃은 뒤 유령을 두려워하며 말년을 보내던 사라 윈체스터는 1922년 9월 5일 잠자던 도중 세상을 떠났습니다. 이후 윈체스터 저택은 정부의 관리를 받으며 오늘날에는 관광지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입장료를 내고 가이드의 안내를 받아 집 안을 둘러보는 투어가 인기인데, 가이드들조차도 지도가 없으면 집 안에서 길을 잃을 정도라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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