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라, 4000원짜리 인도 아재 옷 베껴 10만 원에 팔아

phoebe@donga.com2018-02-02 08: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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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Zara
스페인 의류 업체 자라(ZARA)가 최근 판매를 시작한 치마가 남아시아 전통 의상인 ‘룽기(Lungi)’를 그대로 베껴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디자인상 구분이 안 되지만, 자라의 치마는 동남아시아에서 파는 룽기 보다 25배 비싼 가격입니다.

허리에 튜브 모양의 천 조각을 둘러 묶어 입는 룽기는 인도, 인도네시아 등 남아시아와 동남아시아, 동아프리카 및 아랍 지역에서 여러 세대 동안 사랑받던 남성 의상입니다. 아마 짧은 반바지를 입고 힌두교나 이슬람 사원에 들러 본 한국인이라면, 바지 위에 룽기를 둘러 다리를 감춘 경험이 있을 겁니다.

현재 미국 아마존에서 파는 룽기의 가격은 4달러(약 4300원) 정도 합니다. 그런데 최근 자라는 영국에서 69파운드(약 10만 5000원)이라는 고가에 비슷한 제품을 판매하기 시작했습니다.

영국 BBC에 따르면, 자라는 온라인 카탈로그에서 이 제품을 ‘앞에 느슨한 주름 장식이 있는 체크 미니스커트’라고 설명했습니다. 폴리에스테르와 비스코스 소재로 만들어졌으며 드라이클리닝만 허용됩니다. 여성 모델이 착용한 것으로 보아 여성용으로 보입니다.

이를 본 네티즌들은 놀라워했습니다. 대부분은 자신들의 삼촌이나 아버지가 즐겨 입던 옷이 여성 패션으로 팔리는 데 대해 황당해 했고, 너무 비싼 가격도 문제가 됐습니다. 또한, 룽기의 기원에 대한 언급조차 없다는 데 대해 언짢아했습니다.

인도 영화 ‘Bharath Ane Nenu’(2018)의 한 장면
“글로벌 패션 브랜드들이 돈벌이를 위해 가난한 아시아 국가의 디자인과 패션까지 훔쳐가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한 사용자는 자라 신제품 개발 부서에 흑인, 아시아인 또는 소수 민족 직원이 있었다면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자라 측은 2월 1일 현재 언론의 취재 요청에 응하지 않고 있습니다.

룽기 디자인을 좋아한다면 인도 소매점에서 사는 편이 나을 것입니다. 돈을 절약하고 자라에서 안파는 다양한 색상과 패턴을 구입할 수 있으니까요.

야후 스타일은 “룽기(Lungi Wala, www.lungiwala.com/shop) 같은 쇼핑몰에서 사면 4달러도 안 한다”라고 팁을 제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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