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숨진 줄 모르고 입에 약 넣어준 아이들…”안타까워”

celsetta@donga.com2018-01-31 15:2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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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Helen Daykin/BBC
영국 여성 헬렌 데이킨(Helen Daykin)씨는 지난 2017년 남편 크리스(Chris Daykin)씨를 잃었습니다. 당시 헬렌 씨는 일 때문에 출장을 떠나 있었고 전업주부였던 남편은 집에서 두 딸 펄(Pearl·당시 4세)과 아이리스(Iris·당시 2세)를 돌보고 있었습니다. 헬렌 씨는 출장이 잦은 직장에서 일했기에 남편과 아이들 역시 큰 걱정 없이 “이번에도 잘 다녀오라”며 그를 배웅했습니다.

출장지에 도착한 헬렌 씨는 다음 날 아침 남편에게 안부전화를 걸었지만 받지 않았습니다. ‘큰딸 등교준비로 바쁜가 보다’라고 생각한 헬렌 씨는 별다른 의심 없이 일에 복귀했습니다.

그러나 몇 시간 뒤 헬렌 씨의 어머니가 전화를 걸어 “집에 불도 꺼져 있고 배달된 우유도 그대로 문 밖에 쌓여 있다”며 무슨 일이 있는 것 아니냐고 염려했습니다. 깜짝 놀란 헬렌 씨는 즉시 기차를 잡아타고 집으로 돌아갔고 경찰을 불러 출입문을 부순 뒤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집 안에는 남편 크리스 씨가 숨진 채 침대에 누워 있었고 하루 종일 아무것도 먹지 못 한 아이들은 아빠 옆에서 어쩔 줄 몰라 하고 있었습니다. 당시 큰아이 펄은 네 살, 둘째 아이리스는 두 살에 불과했습니다. 너무 어렸던 아이들은 아빠가 이미 죽었다는 걸 깨닫지 못 하고 그저 몸이 아파 누워 있다고만 여겼습니다.



사진=Helen Daykin/BBC
경찰 조사 결과 남편 크리스 씨는 아내로부터 전화가 오기 전날 밤 급성 심부전으로 세상을 떠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두 딸은 하루 종일 아빠를 흔들어 깨우는가 하면 ‘아픈’ 아빠가 일어날 수 있도록 입에 소화제를 넣어 주기도 했습니다. 죽음이 무엇인지 몰랐던 아이들은 숨진 아빠 곁에서 소꿉장난을 하거나 엄마 신발을 신어 보며 시간을 보냈다고 합니다.

헬렌 씨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큰아이 펄은 죽음에 대해 어렴풋이 느끼고는 있는 것 같았습니다. 그 일이 있은 뒤 아이들은 항상 제 곁에 붙어 있으려 하고 방에 혼자 있는 걸 못 견뎌 하게 됐어요”라고 털어놓았습니다.

그는 “남편이 숨진 다음날 아침 펄은 학교에 무단결석 했지만 저는 아무 연락도 받지 못했습니다. 만약 학교 측에서 남편에게 연락해 본 뒤 제게도 전화를 주었다면 아이들이 세상을 떠난 아빠 옆에서 24시간 동안 방치된 뒤 정신적 트라우마를 겪는 일은 없었을지도 모릅니다”라며 교육기관이 학생들에게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당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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