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화산에 ‘전설 속 연인’ 모양 연기 피어나…“슬프고도 감동적”

celsetta@donga.com2018-01-23 16:4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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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ABS-CBN News
필리핀 루손 섬 남동부의 마욘 산에서 한 쌍의 남녀를 연상케 하는 연기가 피어올라 화제가 되었습니다. 마욘 산은 1616년 폭발한 이후 지금까지 활동하는 활화산입니다.

마욘 산 인근에 전해 내려오는 전설에 따르면 먼 옛날 라위스 부족 족장 마쿠속의 외동딸인 ‘다라강 마가욘(Daragang Magayon·아름다운 아가씨)’이라는 여성이 있었습니다. 마가욘은 아름답고 상냥해 멀리 떨어진 부족 남자들까지도 마가욘의 짝이 되기를 원했지만 그의 눈에 차는 남자는 없었습니다. 이웃 이리가 부족 족장인 사냥꾼 ‘팍투가’도 마가욘을 탐냈으나 마가욘의 눈에 팍투가는 힘만 셌지 심술궂고 교활한 남자일 뿐이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마가욘은 야와 강에서 목욕하던 중 바위에서 미끄러지고 말았습니다. 수영을 잘 못 하던 마가욘이 허우적대고 있을 때 지나가던 청년 판가노론(Panganoron)이 달려와 마가욘을 구해 주고 상처 입은 그를 며칠 동안 곁에서 돌봐 주었습니다.

함께 지내며 정이 든 마가욘은 판가노론의 고백을 받아들였고 마가욘의 아버지 마쿠속도 두 사람의 결혼을 허락했습니다. 그러나 평소 마가욘을 흠모하던 팍투가는 마쿠속을 인질로 잡은 뒤 마가욘에게 “판가노론과 헤어지고 내 아내가 된다면 아버지를 풀어 주겠다”고 협박했습니다.

결국 판가노론과 팍투가는 부하들을 이끌고 결투를 벌였습니다. 치열한 혈전 끝에 판가노론은 팍투가를 쓰러뜨렸고 근처에서 마음 졸이며 지켜보던 마가욘은 남편의 승리에 기뻐하며 그를 안아주러 달려갔습니다.

그 때, 쓰러진 줄 알았던 팍투가 쪽 전사 한 명이 몰래 활을 들어 판가노론을 쏘았습니다. 승리에 취해 방심했던 판가노론은 아내 품에 안겨 숨을 거두고 말았습니다. 팍투가 쪽 전사들에 포위된 마가욘은 비통해하며 남편의 이름을 외친 뒤 갖고 있던 단검으로 자결했습니다.

이 모든 상황을 가만히 앉아 바라볼 수밖에 없었던 마가욘의 아버지와 부족민들은 애통해하며 마가욘과 판가노론을 함께 묻어 주었습니다. 이후 두 사람이 묻힌 무덤은 점점 크게 부풀어 올라 산이 되었고 사람들은 이 산을 마가욘의 이름에서 딴 ‘마욘 산’이라 부르게 되었다고 합니다. 훗날 사람들은 마가욘은 화산이 되고 판가노론은 화산 주변을 맴도는 구름이 되었다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아름답고 슬픈 전설을 연상케 하는 마욘 산 구름 사진은 CBN뉴스 등 외신에도 소개되며 많은 이들에게 애틋한 감동을 선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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