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마트에 ‘깐 양파’ 등장…시민들 “포장 낭비, 환경오염 조장” 비난

celsetta@donga.com2018-01-17 14:3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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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ttyImagesBank
‘깐 양파’를 내놓은 영국 대형마트가 소비자들의 반발에 부딪혔습니다. 우리나라 마트에서 흔히 찾아 볼 수 있는 깐 양파는 따로 손질할 필요가 없는데다 소량씩 포장돼 있어 1~2인 가구가 선호하는 상품 중 하나입니다. 영국 시민들은 왜 ‘깐 양파’에 분노하고 있을까요.

1월 16일 인디펜던트에 따르면 깐 양파를 출시한 곳은 대형 슈퍼마켓 체인 리들(Lidl)입니다. 리들은 출시 기념 행사로 99펜스(약 1400원)짜리 깐 양파 두 개를 79펜스에 할인 판매하고 있습니다. 손질되지 않은 양파는 훨씬 싼 가격인 55펜스(약 700원)에 살 수 있습니다.

사용하기 편한 제품이 나왔지만 반응이 좋지만은 않습니다. “쓸데없이 비닐포장만 낭비한다”, “환경을 소중히 여겨라”, “고작 양파 껍질 까는 게 귀찮아서 돈을 더 주고 이런 걸 산다고?”라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는 소비자들이 많습니다. 트위터 등 SNS에서는 ‘#쓸모없는비닐포장(#pointlessplastic)’이라는 해시태그를 붙여 ‘깐 양파’를 비난하는 이용자들도 늘고 있습니다.



한 영국 트위터리안(@WinnieCJ)은 “리들 마트에서 오늘 아침 #쓸모없는비닐포장 양파를 봤다. 흉물스러운 상품이다. 플라스틱 접시에 놓인 깐 양파 두 개가 비닐포장에 감싸여 있었다. 무슨 생각으로 이런 걸 만들었지? 리들, 이런 쓰레기는 만들지 마세요!”라고 비판했습니다.

“양파는 원래 껍질이 여러 겹이다. 그게 자연스러운 것”, “편하다는 이유로 플라스틱 포장에 둘둘 말린 ‘헐벗은 양파’를 사라고 부추기다니”, “비닐포장은 환경에도 안 좋지만, 통 양파를 사서 손질해 쓰는 게 가격적으로도 훨씬 이득”이라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일부 네티즌은 “껍질 있는 양파를 일일이 손질하기 힘든 사람들에게는 이런 상품이 도움이 된다. 나처럼 장애가 있는 사람들에게는 유용한 상품”이라고 ‘깐 양파’를 환영했습니다. 그러나 이들 역시 불필요한 비닐 포장을 최대한 줄이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데 동의했습니다.

영국 소비자들은 1월 11일 테레사 메이 총리가 발표한 ‘환경보호 25년 계획’을 언급하며 ‘깐 양파’를 비판했습니다. 메이 총리는 플라스틱 오염을 환경 재앙으로 규정하고 플라스틱 쓰레기를 근절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영국 정부는 슈퍼마켓에서 최대한 플라스틱 포장을 사용하지 않도록 권장하고 대형마트는 물론 작은 동네 슈퍼에서도 비닐봉지를 유료 판매하도록 할 계획입니다. 이에 관료들은 플라스틱 뚜껑이 달린 일회용 컵 대신 재활용 컵을 사용하는 모습을 SNS에 ‘인증’하며 호응하고 있습니다.

논란이 커지자 리들 측은 “깐 양파처럼 손질된 상태로 판매되는 농산물을 쓰면 가정 내 음식물 쓰레기 배출량을 줄이는 데 효과적이다. 우리 회사는 플라스틱 포장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으며, 협력사들과 함께 노력해 불필요한 포장을 줄여나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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