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따뜻한 경찰 부부, 마약중독 노숙자가 낳은 아기 입양

celsetta@donga.com2017-12-28 16:4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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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CNN
미국 뉴멕시코 주 앨버커키 시 경찰관이 따뜻한 사랑으로 생명을 살렸습니다. 경찰관 라이언 홀렛(Ryan Holets)씨는 얼마 전 편의점 강도사건을 조사하다 건물 뒤에서 한 여성 노숙자가 스스로 헤로인 주사를 놓고 있는 것을 목격했습니다.

라이언 씨는 즉시 증거를 남기기 위해 옷에 부착한 카메라를 켜고 노숙자에게 다가갔습니다. 가까이 다가가 보니 여성은 만삭의 임신부였고, 라이언 씨에게도 특별히 공격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았습니다. 노숙자는 자신이 35세이며 이름은 크리스탈 챔프(Crystal Champ)라고 밝혔습니다. 크리스탈 씨 옆에는 같은 노숙자인 남자친구가 앉아 있었습니다.



낡은 텐트에 살고 있는 크리스탈 씨와 남자친구. 사진=CNN
라이언 씨는 “임신했는데 마약을 하면 어떡합니까. 지금 당신 아기를 죽이고 있는 거라고요”라며 크리스탈 씨를 꾸짖었습니다. 크리스탈 씨는 “거의 평생을 마약에 찌들어 살아와서 약이 없으면 버틸 수가 없어요. 저도 이러고 싶지 않은데…”라며 슬퍼했습니다.

그 때 라이언 씨는 신이 자신에게 계시를 내려 주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고 합니다. 그는 CNN에 “신이 ‘네가 할 수 있는 일을 지금 바로 해라’라고 말하는 것 같았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동안 누군가를 돕고 싶다고 생각만 하고서 기회를 놓친 적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이제 그런 경험은 더 하고 싶지 않았어요. 그래서 크리스탈 씨에게 ‘아기를 낳으면 내가 입양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무턱대고 입양 약속을 한 뒤 집으로 돌아온 라이언 씨. 아내 레베카 씨가 어떻게 생각할까 고민했던 것도 사실이지만, 레베카 씨는 흔쾌히 입양에 동의했습니다. 부부는 전부터 입양을 하고 싶어 했지만 막내인 넷째 아이가 아직 10개월밖에 되지 않았기에 좀 더 클 때까지 입양을 미루고 있었습니다. 레베카 씨는 “좀 더 기다릴까 했지만 이야기를 듣고 보니 지금이 바로 새 가족을 맞이할 때다. 낭비할 시간이 없다”며 적극적으로 나섰습니다.

3주 뒤 크리스탈 씨는 딸아이를 낳았고 아이는 즉시 홀렛 부부에게 입양됐습니다. 아이 이름은 희망을 뜻하는 ‘호프(Hope)’로 지었습니다.



막냇동생 호프를 맞이하는 언니 오빠들. 사진=CNN
안타깝게도 호프는 마약 중독자였던 엄마에게서 태어났기에 똑같이 마약 중독 증세(neonatal abstinence syndrome·NAS)를 보였습니다. 작디 작은 호프는 손발을 발작적으로 떨고 위장장애 증상을 보이며 고통에 시달렸습니다. 약물 중독 문제가 심각한 미국에서는 마약중독 증세를 보이는 신생아가 25분마다 한 명씩 태어난다고 합니다.

홀렛 부부는 “호프가 잘 극복하리라고 믿습니다. 호프가 잘 자라서 때가 되면 친부모가 누구인 지 알려 줄 생각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친어머니인 크리스탈 씨 역시 “아기를 사랑하지 않아서 입양에 동의한 게 아닙니다. 더 좋은 가족에 입양되어 안전하게, 사랑받으며 자라기를 원합니다”라고 말했습니다. 크리스탈 씨는 아기를 위해서라도 이제부터 스스로를 돌보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아기는 물론 그 부모의 인생에도 큰 전환점을 준 홀렛 부부. 천사는 멀리 있는 게 아니라는 걸 깨닫게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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