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여성들 50여 명 사라진 ‘죽음의 고속도로’

celsetta@donga.com2017-12-27 14:3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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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욕타임즈
델핀 나이칼(1990년 실종당시 16세), 라모나 윌슨(1994년 실종당시 16세), 타마라 칩먼(2005년 실종당시 22세)…

캐나다 브리티시콜럼비아 주 16번 고속도로 프린스조지-프린스루퍼트 구간은 ‘눈물의 고속도로(Highway of Tears)’라고 불립니다. 이 곳에서는 지난 1969년 이래 50명에 가까운 젊은 여성들이 행방불명되거나 사망했으며, 가해자를 잡지 못한 경우가 태반입니다. 때문에 이 도로는 ‘죽음의 고속도로’라고도 불립니다.

고속도로 인근에는 정부 지원에 의지해 살아가는 저소득층 가구가 많은데, 자동차도 없고 차비도 없는 이들은 도로를 지나는 운전자들의 선의에 기대 히치하이킹으로 이동하는 일이 흔하다고 합니다. 2016년 뉴욕타임즈는 눈물의 고속도로 근처 마을에 사는 젊은이 드루셀라 조셉(Drucella Joseph)과 그의 남자친구 코리 쿰즈(Corey Coombes)씨를 인터뷰해 이 지역 청년들이 히치하이킹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정부에서 나오는 장애인 복지수당으로 살고 있는 드루셀라 씨와 코리 씨는 자동차도 없고 돈도 없습니다. 이들은 “차 있는 친구들에게 매번 태워달라 부탁하기도 미안해서 히치하이킹을 많이 하는 편”이라며 “우리 둘 다 휴대전화가 없어서 비상시 어디에 신고할 수도 없다. 그래서 히치하이킹 할 때는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방망이나 드라이버 같은 도구를 갖고 탄다”고 밝혔습니다.

사진=뉴욕타임즈
아무리 호신용품을 갖고 있다 해도 운전자나 그 패거리가 나쁜 마음을 먹고 총을 들이댄다면 피해자가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눈물의 고속도로에서 동생 라모나 씨(1994년 실종 당시 16세)를 잃은 언니 브렌다 윌슨(Brenda Wilson·49)씨는 “도로 근처 숲이 워낙 나무로 빽빽해서 사람이 한 번 없어지면 찾기 힘들다”고 말했습니다.

이 지역에서는 과거에도 여성, 특히 지역 토착민 여성을 대상으로 한 연쇄 살인사건이 자주 일어났습니다. 2007년에는 돼지농장 경영자였던 남성 로버트 윌리엄 픽턴이 여성 6명을 살해한 죄로 붙잡혔습니다. 당시 픽턴의 농장 땅에서는 살해당한 여성 6명 이외에도 33명이나 되는 다른 여성들의 DNA나 신체 일부가 발견됐습니다.

2014년에는 코디 르게보코프라는 24세 청년이 눈물의 고속도로 근처에서 여성 네 명을 살해한 사살이 드러났으며, 전직 판사였던 데이비드 램지라는 남성은 2004년 12세 이하의 토착민 소녀들을 성폭행하고 학대한 죄로 붙잡혔습니다.

마을 근처, 특히 고속도로 주변에서 끔찍한 사건이 연달아 일어나자 도로 옆에는 ‘히치하이킹은 위험하니 하지 말자’는 대형 표지판이 세워지기도 했습니다.

드루셀라 씨를 비롯한 마을 주민들은 “우리가 얻어 탄 차의 운전자가 연쇄살인마일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오싹하다”며 여전히 두려움에 떨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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