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 대표한테 찍힐까 봐" 난로 못 켜는 경비원

kimgaong@donga.com2017-12-19 14: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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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동아일보DB
지난여름 ‘경비실 에어컨 설치’는 큰 화두였습니다. 어떤 곳은 입주민들이 돈을 모아 에어컨을 설치해준 반면 또 어떤 곳은 기증받은 에어컨조차 ‘전기세가 아깝다’며 코드를 뽑아버렸습니다. 추운 겨울이 되자 경비실은 ‘난로 전쟁’이 시작된 듯합니다. 

지난 12월 15일 네이트 판에 강남의 고급빌라에서 일하는 경비원 A 씨(73)에 대한 이야기가 올라와 많은 이의 마음을 아프게 했습니다. 

글을 올린 사람은 A 씨의 자녀입니다. 글쓴이는 “저희 아버지는 평생 장사만 하시다가 연세가 많으셔서 장사를 접으시고 강남 고급빌라에서 경비 일을 하신다”고 설명했습니다. 

A 씨는 ‘경력도 없고 나이도 많은데 써주는 게 감사하다’는 마음으로 일을 하신다고 하네요. 출근 시간이 오전 8시면 새벽 4시에 일어나 5시에 출근을 할 정도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경비실에 냉난방이 안 된다는 겁니다. 글쓴이는 “아버지가 연세가 드시니 추위와 더위를 무척 타신다”며 “그래서 저희가 에어컨을 설치해 드리고 전기세도 일부 내드린다고 했다. 그런데 빌라 동대표가 거부했다고 하더라”라고 밝혔습니다. 

현재 A 씨는 발밑에 둔 작은 난로 하나로 추위를 달래고 있습니다. 글쓴이는 “밤에는 주무셔야 하는데 작은 난로로는 턱없이 춥다고 하셔서 전기난로를 하나 사드렸다. 그런데 그거 가지고 빌라 동대표가 난리가 났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유는 ‘전기세가 많이 나오기 때문’이었다고 하네요.

전기세를 대신 내주겠다는 자식들에게 A 씨는 “동 대표에게 찍히면 안 된다”며 “겨울 금방 지나가니 그냥 지내겠다”고 말해 안타까움을 자아냈습니다. 얼마나 눈치를 줬으면 이렇게까지 말씀하시는 걸까요. 

이를 본 누리꾼들은 “젊은 저도 잠깐만 밖에 나가도 추워서 죽겠는데 난방 없는 곳에서 일을 하시다니…”, “그 몇 푼 아껴서 얼마나 잘 살려고 그러지?”, “아버님한테는 그곳이 직장인데 무슨 직장이 냉난방도 안 되죠?”, “우리 아파트 경비실도 이번에 난방기 들어왔던데. 작년까지 없었단 말인데 그게 더 놀라움” 등의 반응을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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