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리장성에서 라면 끓여먹은 中 관광객들…”벽돌 태우고도 뻔뻔”

celsetta@donga.com2017-12-15 17:2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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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South China Morning Post
1987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된 중국 만리장성. 기원전 220년 진시황 대에 짓기 시작해 무려 2000여 년에 걸쳐 쌓은 만리장성은 2700km에 달하는 지역을 아우르는 거대 방벽입니다. 중국의 자랑거리 중 하나인 이 만리장성이 최근 몰지각한 관광객들 때문에 훼손됐습니다.

12월 9일 만리장성 판롱 산 구역을 담당하던 관리감독 자원봉사자 리(Li) 씨는 장성 벽 안에서 새어 나오는 연기를 목격했습니다. 불이라도 난 줄 알고 동료들을 불러 황급히 달려간 리 씨는 관광객 몇 명이 성벽 안에 자리를 펴고 모닥불까지 피운 채 라면을 끓여 먹고 있는 장면을 포착했습니다. 감독관이 다가오자 일부는 서둘러 자리를 떴지만 몇몇은 태연하게 자리를 지키고 앉아 있었습니다.

리 씨는 12일 베이징 유스 데일리에 “관광객들에게 어서 자리를 정리하고 내려가라고 말했지만 그들은 지시를 따르지 않았다. 신분증을 보여달라는 요구에도 응하지 않은 채 뻔뻔하게 라면을 끓였다”고 밝혔습니다. 리 씨와 동료들은 할 수 없이 강제로 모닥불을 끄고 사람들을 하산시켰습니다. 이후 조사 결과 문제의 관광객들은 입장료조차 내지 않고 무단으로 들어온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사진=South China Morning Post
당시 상황을 담은 증거사진 속에는 관광객들이 캠핑이라도 나온 듯 모닥불에 냄비를 올리고 요리하는 모습이 고스란히 찍혀 있습니다. 성벽에서 떼어내 냄비 받침돌로 쓴 듯 한 벽돌은 이미 새까맣게 그을린 상태였습니다.

중국 문화재관리법에 따르면 문화재를 훼손한 사람은 500위안(약 8만 2000원)벌금이나 10일 이하의 구류형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처벌 규정이 있어도 형량이 지나치게 가벼운 탓인지 훼손행위를 막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입니다.

낙서나 취식행위는 물론 심한 경우 장성의 벽돌을 빼다가 자기 집 보수공사에 쓰는 현지 주민들도 있어 중국 정부는 만리장성 관리에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이렇듯 훼손행위가 끊이지 않지만 워낙 만리장성 규모가 크고 오랜 세월에 걸쳐 비바람에 풍화되어 왔기 때문에 사람에 의한 위법행위를 모두 잡아내기는 힘든 실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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