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마다 사라지던 어머니의 비밀, 돌아가신 뒤에야…”

celsetta@donga.com2017-12-13 15: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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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는 참고사진 ⓒGettyImagesBank
미국 일리노이 주 하이랜드에 사는 존 도로(John Dorroh·64)씨는 크리스마스 시즌이 다가올 때마다 어머니 생각에 잠깁니다. 어머니 수(Sue)씨는 1990년 세상을 떠났지만 아들 존 씨에게 있어 세상 그 무엇보다 큰 선물을 남겨 주었습니다.

어린 시절 존 씨에게는 풀리지 않는 의문이 있었습니다. 매 년 크리스마스 이브가 되면 어머니가 행선지도 알리지 않은 채 어디론가 떠났다가 몇 시간 만에 돌아오곤 했던 것이었습니다. 가족 선물을 사거나 장을 보러 가시는 걸까 생각도 해 봤지만, 누구보다 크리스마스를 잘 챙기던 어머니는 8월부터 성탄절 맞이 준비를 시작해 11월 마지막 주 정도 되면 모든 선물 준비를 다 끝내는 분이었습니다.

아버지에게 ‘엄마 어디 가시는 거냐’고 물어보아도 소용이 없었습니다. “글쎄다, 깜빡 하고 못 산 선물이 있는 게 아닐까? 뭐 볼 일이 있든지…”라며 애매한 답만이 돌아올 뿐이었습니다. 어머니를 붙잡고 어디 갔다 오셨냐고 물어 보아도 돌아오는 것은 은은한 미소 뿐. 결국 존 씨는 어머니가 돌아가실 때까지 ‘크리스마스 이브의 비밀’에 대해 아무것도 알아낼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나서 얼마 뒤 존 씨는 편지 한 통을 받았습니다. 로버트(Robert)라는 남성이 보낸 편지에는 수 씨가 성탄절마다 무슨 일을 했는지 적혀 있었습니다.

“우리 가족이 수 씨에게 얼마나 감사하고 있는지 알려드리고 싶어 이 편지를 보냅니다. 수 씨는 저의 직장 동료였습니다. 그 분은 제가 자식 여러 명과 함께 어렵게 살고 있다는 걸 아시고는 매 년 크리스마스 이브에 우리 아이들을 위해 예쁜 옷이며 신발, 책, 장난감, 과자 같은 선물을 가져다 주셨어요. 덕분에 아이들은 행복한 추억을 가진 채 어른으로 자랄 수 있었습니다. 수 씨는 자기 선행을 아무에게도 알리지 말아 달라고 하셨지만 이제는 말해도 될 것 같습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어머니는 아들에게도 비밀로 한 채 수 년 간 ‘산타 할머니’ 역할을 맡고 있었던 것입니다. 어머니가 하늘나라로 떠나신 뒤에야 모든 진실을 알게 된 존 씨는 벅찬 감동에 한동안 편지지를 손에서 내려놓을 수 없었습니다.

사진=Sun Herald

이후 존 씨는 어머니를 향한 사랑과 존경을 담아 이 이야기를 글로 써서 유명한 베스트셀러 ‘영혼을 위한 닭고기 수프’ 편집부에 투고했습니다. 사랑과 겸손을 몸소 실천한 수 씨의 이야기는 지난 2016년 ‘닭고기 수프’ 크리스마스 특별판에 실려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주었습니다.

‘닭고기 수프’ 발행인이자 수석편집자인 에이미 뉴마크(Amy Newmark)씨는 선헤럴드(Sunherald) 와의 인터뷰에서 “저도 이 이야기를 정말 좋아합니다. 매 년 크리스마스마다 다른 가족에게 사랑을 전하면서도 자식조차 모르게 선행을 계속해 온 수 여사님이 정말 존경스럽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30년간 고등학교 과학교사로 근무한 뒤 은퇴한 존 씨는 현재 책을 집필하며 은퇴 생활을 멋지게 가꿔 가고 있습니다. 존 씨는 “전 언제나 작가였습니다. 어릴 적부터 어머니가 들려 주신 이야기들이 가슴에 살아있답니다”라며 웃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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