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둥이 엄마가 ‘변기’에 앉아 셀카 찍는 이유

celsetta@donga.com2017-12-11 16:0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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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사라 브리스디언 씨 트위터(@SazBrisdion)
두 아이를 둔 영국 여성 사라 브리스디언(37) 씨는 12월 24일 크리스마스 이브까지 매일 ‘변기’에 앉아 셀카 한 장을 찍어 올리는 1인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심한 노출은 없지만 아무래도 남들 보기에 조금 민망할 수 있는 곳에 앉아 사진을 찍는 사라 씨. 그는 왜 하필 셀카 찍을 장소로 화장실 거울 앞이 아닌 변기 위를 선택했을까요.

사라 씨는 일곱 살 된 쌍둥이 해들리와 에리카의 엄마입니다. 아들 해들리는 뇌성마비를 갖고 있어 외출할 때마다 화장실 가기가 여간 어렵지 않습니다. 장애인용 화장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곳이 많아 엄마 사라 씨는 아이를 바닥에 눕히고 기저귀를 갈아야 할 때도 많습니다.



사진=사라 브리스디언 씨 트위터(@SazBrisdion)
사라 씨는 허프포스트 영국판과의 인터뷰에서 남다른 셀카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된 이유를 밝혔습니다. “아이를 화장실 맨바닥에 눕히고 기저귀를 갈아 주는 건 비위생적일 뿐더러 비참한 일입니다. 바닥이 깨끗하기라도 하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도저히 아이를 눕힐 수 없을 정도로 지저분한 곳도 많습니다. 지금은 아이가 작아서 어떻게든 되지만 더 자라면 어떻겠어요. 장애인 화장실 문제에 더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가져 줬으면 해서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한 번은 마트에서 장을 보다가 해들리의 기저귀를 갈아주어야 할 일이 생겼지만 마땅한 화장실을 찾지 못했습니다. 장애인용 화장실이 있긴 했지만 관리가 전혀 되지 않아 지저분했고, 결국 사라 씨는 어쩔 수 없이 아이를 자동차 트렁크에 눕히고 기저귀를 갈아야 했습니다.

“그것 말고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습니다. 해들리는 정말 속상해하며 차라리 집에 갈 때까지 축축한 기저귀를 차고 있겠다고 화를 냈지만 어떻게 그러겠어요. 주차장에 지나가는 다른 사람들이 행여나 볼까 봐 전전긍긍하며 후다닥 기저귀를 갈았습니다. 아이는 엄청난 창피함을 느끼며 괴로워했고 저는 집에 와서 혼자 숨죽여 울었습니다.”

사라 씨는 장애인 화장실을 더 많이 만드는 것은 장애인 본인은 물론 그 가족들까지 행복하게 하는 일이라며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사라 씨는 “솔직히 말해 변기에 앉아 셀카를 찍는 건 창피한 일이지만, 제 아들이 바깥에서 기저귀를 갈아야 할 때 아이가 느낄 수치심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닙니다”라며 자기 셀카를 보고 한 명이라도 더 장애인 화장실 문제에 관심을 가져 준다면 기쁘겠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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