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흥국, 방송 하차 후 “몇분이 ‘조금만 기다려 달라’며 전화”

toystory@donga.com2017-12-04 17:2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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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러브FM ‘김흥국, 안선영의 아싸라디오‘ 공식 인스타그램
'보수성향' 가수 김흥국이 2011년 6월 12일 MBC 라디오 '두시 만세'에서 타의에 의해 하차한 이유가 MBC 내 진보성향의 방송인 퇴출 작업의 물타기용이었다는 내용의 국정원 문건이 나왔다.

4일 경향신문은 2011년 6월 15일 당시 김재철 MBC 사장의 측근인 보도부문 간부 A 씨의 말을 적은 'MBC 대상 종북성향 MC·연예인 퇴출조치 협조 결과' 국정원 문건을 공개했다.

문건에 따르면 국정원이 김흥국 퇴출을 우려하자 A 씨는 "이번 김흥국 퇴진은 MBC 내 종북성향 진행자와 연예인에 대한 퇴출 작업의 '종착점'이 아니라 '이제 시작'이라는 점을 알아주길 바란다"며 "보수 연예인은 김흥국 1명이지만, 축출 대상 종북 방송인은 여러 명. 결국 김흥국의 희생은 여권에 '1 대 4~5'의 값어치가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보수성향'인 김흥국 MBC 퇴출은 정부 비판 성향 방송인을 프로그램에서 퇴출시키기 위해 이용된 것으로 보인다는 게 매체의 설명이다.

실제 김흥국 하차 전후로 방송인 김미화, 가수 윤도현 등 진보성향으로 분류되는 연예인, 방송인들이 MBC 라디오, TV 방송 프로그램을 떠났다.

해당 보도가 나가자 이날 김흥국은 일간스포츠를 통해 "일방적인 기사다. 지금 와서 저는 할 말이 없다. 방송을 다시 잘하고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2011년 라디오 방송 하차 1년 후 김흥국은 다른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다소 억울함을 표출한 바 있다.

김흥국의 하차 사연은 이렇다. MBC 노동조합 측은 지난 2011년 5월 31일 발행한 비상대책위원회 특보에서 "김흥국이 4월 27일 재보궐 선거 당시 격전지였던 경기도 분당을 선거구에서 한나라당 강재섭 후보를 위한 선거운동을 한 사실이 확인됐다"라고 밝혔다.

특보에 따르면 김흥국은 지난 4월 17일 오전 11시 30분경, 당시 정몽준 한나라당 의원과 함께 재보궐 선거 격전지였던 분당을 선거구 내 모 중학교에서 경기 중이던 조기축구회 회원들을 찾았다. 이에 MBC 노조 측은 '명백한 선거운동'이라고 지적하며 김흥국의 방송 하차를 요구했다.

이에 김흥국은 2012년 6월 데일리안과의 인터뷰를 통해 "정몽준 회장과 나는 축구 인연으로 20년 이상 됐다. 천하가 다 아는 사실이다. 그 분을 순수하게 좋아했고 정치를 떠나서 축구로 같이 다녔는데, 나를 노조에서 그렇게 몰아간다는 것은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이라고 밝혔다.

이어 "나는 가족이라 생각했는데, (MBC는) 가족 차원이 아니었다. 기러기 생활이 9년 차인 나는 열심히 방송을 한 죄밖에 없는데, 내가 무슨 시사프로 진행자도 아니고 갑자기 하차 통보를 받아 당시엔 정말 화가 많이 났다"며 당시 상황을 전했다.

그러면서 "MBC 측에서 홍보국장이 오더니 '지금은 조금 시끄럽다. 우선 고비를 넘겨야 할 것 같으니 일신상의 이유로 그만두는 것으로 했으면 좋겠다', '이번주 일요일까지만 하는 것으로 하자'라고 하더니 그렇게 보도자료를 뿌리더라"라고 말했다.

김흥국은 라디오 방송 하차 후 여의도 MBC 앞에서 삭발 시위를 하는 등 1인 시위를 하기도 했다. '억울하지 않느냐'라는 질문에 김흥국은 "여의도를 1년 이상 안 갔는데, MBC에서 위에 있는 분들, MBC에 평생 다니다가 그만둔 분, 젊은 사람들의 얘기를 들었다. 다들 '미안하게 생각한다. 시간이 지나니까 김흥국은 다른 연예인과 다르다. MBC 라디오를 사랑했던 사람이고, 우리가 죄책감이 들고 잘못이 컸다는 것을 느낀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밝혔다.

이후 "몇분한테는 '조금만 기다려 달라. 좋은 일이 있지 않겠느냐'고 전화도 왔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그는 '노조 측에서 그런 얘기가 온 것이냐'는 물음에 "모르겠다"고 말을 아꼈다.

김소정 동아닷컴 기자 toysto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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