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지 기사에 “언플이 만든 거품” 댓글, 1심 유죄→2심 무죄…왜?

cja0917@donga.com2017-11-28 18: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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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가수 겸 배우 수지(23·본명 배수지)를 겨냥해 ‘언플(언론 플레이)이 만든 거품’ ‘국민호텔녀’ 등 모욕적 인터넷 댓글을 게재했다는 이유로 1심에서 벌금형을 받았던 30대가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북부지법 형사항소2부(박이규 부장판사)는 모욕 혐의로 기소된 이모 씨(39)에게 벌금 100만 원을 선고한 1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고 11월 28일 밝혔다.

이 씨는 2015년 10∼12월 한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게재된 수지 관련 기사의 댓글란에 “언플이 만든 거품. 그냥 국민호텔녀”, “영화폭망 퇴물 수지를 왜 설현한테 붙임? 제왑(JYP엔터테인먼트) 언플 징하네” 등의 글을 게재한 혐의를 받았다.

수지 측은 이 씨를 고소했고, 검찰은 이 씨에 대한 벌금형의 약식명령을 청구했다. 약식명령은 벌금·과료·몰수 등 비교적 경미하게 처벌되는 혐의에 한해 정식재판 없이 형벌을 정하는 처분이다.

하지만 이 씨는 이에 불복해 정식 재판을 청구했다.

1심 재판부는 “‘국민호텔녀’, ‘영화 폭망’, ‘퇴물’ 등 표현이 고소인(수지) 개인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할 만한 모욕적 언사로 보기에 충분하다”며 벌금형을 선고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연예인 등 공적 관심을 받는 인물에 대한 모욕죄를 살필 때 비연예인과 같은 기준을 적용할 수는 없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대형 연예기획사가 인터넷 신문 등을 통해 특정 연예인을 긍정적으로 다룬 기사를 유통시키는 경우도 존재한다”며 댓글로 ‘언플이 만든 거품’이라고 쓴 것이 위법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어 ‘국민호텔녀’ 라는 표현에 대해 “과거 피해자(수지)의 열애설이 언론에 보도된 바 있어 피고인(이 씨)이 이를 기초로 ‘국민여동생’이라는 홍보문구를 비꼰 것”이라고 판단했으며, ‘영화 폭망’이라는 표현에 대해서도 “영화가 흥행하지 못한 것을 거칠게 표현한 것에 불과하다”고 봤다.

또 ‘퇴물’이라는 표현에 대해서는 “모욕적 언사로 볼 수 있으나 연예인 직업의 특성상 ‘전성기는 지났다’는 생각을 과격하게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며 유죄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인터넷 공간이라도 보다 절제되고 타인을 배려하는 표현을 사용할 것이 권장되지만, 이런 윤리를 형벌이라는 최후 수단으로 관철하려 할 때는 더욱 엄격한 요건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 씨에 대한 무죄 선고에 불복해 지난 9일 대법원에 상고했다. 이 사건은 대법원의 최종 판단을 받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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