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선규 ‘훈훈’ 미담…제자 “레슨비 부담되면 안 줘도 된다고”

toystory@donga.com2017-11-27 15:0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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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회 청룡영화제에서 남우조연상을 수상한 배우 진선규의 제자가 그에 대한 미담을 전했다.

11월 26일 온라인 커뮤니티 '엠엘비파크'에 한 누리꾼은 자신이 진선규의 제자라고 소개하며 "저를 낳아주신 부모님 다음으로 존경하는 진선규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서툴지만 짧은 글로나마 소개할 수 있으면 좋겠다 싶어 이렇게 글로 올려본다"라고 운을 뗐다.

글쓴이는 "선생님과 함께 한창 대학로 연습실에서 연습할 때 선생님께 '이제 태어날 딸의 이름을 정하셨냐'고 여쭤본 적이 있다. 저는 '진실이 어떠냐'라고 말씀드렸는데 선생님도 마침 목록에 두고 고민하셨다며 진솔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하셨다. 진솔의 사전적 의미는 진실하고 솔직하다는 뜻이다. 진선규라는 사람은 꼭 그런 사람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청룡영화제) 시상식에서도 많은 분들이 느끼셨으리라 생각한다. 진실하고 솔직한 사람. 무대 위에서나 무대 밖에서도. 저만 그리 생각할까 걱정했는데 웬걸 이미 수많은 사람, 수많은 배우들이 동료들이 인정하고 손꼽는 그런 사람이었다"고 덧붙였다.

글쓴이는 진선규와의 첫 수업을 회상하며 "늦은 나이 연기를 시작하겠다는 제게 혹 레슨비가 부담되면 정말 주지 않아도 되니까 '연기 끝까지 포기하지 마 알겠지?'라고 말씀하시던... 뮤지컬, 연극 3편을 동시에 맡아 하고 계신 와중에도 일주일에 꼭 두번씩 집에서 대학로까지 왕복 3시간을 오가며 레슨도 3시간가량을 제게 쏟아부으시는 선생님께 시간이 지나서 술잔을 기울이며 그런 얘기를 한 적이 있다. '저는 선생님처럼 못할 것 같아요'라고"라고 전했다.

글쓴이는 "고(故) 김주혁 씨도 '우리 선규가 이렇게 큰 배우인 줄 몰랐습니다'라고 말씀 하셨다. 연극 한편을 보면 느껴진다. 선생님을 통해 참 연극 많이 봤다"며 "당연한 얘기겠지만 극에서 배우 한 명이 달라지면 흐름이 얼마나 달라지고 또 관객으로 하여금 얼마나 집중하게 혹 덜 집중하게 만드는지 그 차이를 제게 깨닫게 해준 사람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이 한 명의 사람이 극을 얼마나 멋지게 이끌어가는지 이 한 명의 사람이 함께하는 사람들을 얼마나 빛나게 해주는지"라며 "선생님이 연극을 마치시고 나오실 때 저는 항상 멀리 서있는다. 왜냐하면 선생님은 선생님께 사인을 받기 위해 기다리는 팬들을 지나치지 않는 사람이었으니까"라고 설명했다.

글쓴이는 "사실 그간 너무 안타까웠다. 함께 했던 수많은 배우들이 선생님과 함께하고 나면 빵빵 뜨는. 선생님만 제외하고. 간단하게 예를 들면 같은 극단이자 학교 후배인 이희준 씨는 스타가 됐고 같은 영화에 출연했고 이번에 함께 후보에 올랐던 김대명 씨도 스타가 됐다. 배우들이 인정하는 배우 중에 배우가 드디어 범죄도시 그리고 청룡을 통해 알려졌다"고 기뻐했다.

이어 "거짓 연기 흉내 내는 연기가 아니라 진실하고 솔직한 연기를 위해 살아온 사람. 보여지는 무대 위에서나 보여지지 않는 무대 밖에서 한결같이 좋은 배우로써 누군가에게는 좋은 친구이자 좋은 남편 좋은 아빠 그리고 제게는 인생의 좋은 선생님으로 변함없이 자신의 자리를 묵묵히 지켜온 진선규라는 멋진 배우가 범죄도시라는 영화와 청룡을 통해 대중들에게 알려지게 되어 너무 기쁘다"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선생님 이메일에 바보가 들어간다. 정말 바보같이 연기만 바라본 우리 선생님. 그간 받지 못했던 관심과 사랑 앞으로도 계속 받으며 많은 이들에게 좋은 배우로 남았으면 좋겠다. 제게 언제나 그러했듯이"라고 글을 마무리했다. 글쓴이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진선규에게 연기 지도를 받았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진선규는 25일 서울 동대문구 회기동 경희대학교 평화의 전당에서 열린 제38회 청룡영화상에서 영화 '범죄도시로' 남우조연상을 수상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기과를 졸업한 진선규는 대학로에서 유명한 연기파 배우다. '범죄도시'에 함께 출연한 윤계상도 진선규를 '연기 스승'이라고 칭하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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