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슨 일당 살인 피한 전직 모델 “여전히 죄책감 남아”

phoebe@donga.com2017-11-24 21:3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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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바 루즈벨트 여사
에바 루즈벨트 여사
로만 폴란스키와 루즈벨트 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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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대의 살인마’ 찰스 맨슨이 지난 11월 19일(현지시간) 83세로 노환으로 사망하면서, 맨슨 일당이 벌인 살인 사건이 다시금 주목 받고 있습니다.

미국 소설가이자 사교계의 명사인 에이바 루즈벨트(Ava Roosevelt‧69) 여사는 자신이 맨슨 일당의 여섯 번째 희생자가 될 수 있었다면서 운명적으로 살인을 피한 경험을 털어놨습니다.

여사는 “여전히 죄책감을 느낀다”고 타운앤컨트리 매거진에 말했습니다.

1969년 8월 9일 루즈벨트 여사(당시 21세)는 평소 “언니”라고 부르며 따르던 여배우 샤론 테이트(Sharon Tate‧당시 26세)의 비벌리 힐즈 집에 초대 받았습니다. 하지만 타고 다니던 롤스로이스 자동차가 고장 나 계획이 어그러졌습니다. 당시 모델이었던 루즈벨트 여사는 다음 날 아침 일찍 촬영 일정이 있어 그냥 집에 있기로 했습니다.

사진=샤론 테이트 공식 홈페이지 
그리고 그날 맨슨 일당이 만삭의 테이트와 손님 네 명을 무자비하게 찔러 죽였습니다. 남편 로만 폴란스키의 아이를 임신 중이던 테이트는 “아기만이라도 살려 달라”고 애걸했지만 그들은 듣지 않았습니다.

“샤론 언니가 내게 한 마지막 말은 ‘사랑해, 날 보러 올래? 와서 저녁 먹어’ 였어요. 전화기에서 흘러나오는 목소리가 어찌나 행복하게 들리던지….” 여사는 회상했습니다.

아내가 살해될 당시 폴란스키 감독은 런던에 있었습니다. 루즈벨트 여사는 감독이 완전히 폐허가 되어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겨우 일어서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슬퍼하는 사람은 본적이 없었습니다.”

루즈벨트 여사는 19세에 이미 두 번이나 결혼했었습니다. 첫 결혼은 프랑스 백작 출신 사진 작가였고, 다음은 미아 패로우의 동생 존이었습니다. 샤론 테이트의 죽음 후 두 사람의 사이는 멀어졌습니다. 여사는 LA를 떠나 영국과 프랑스 남부를 여행했습니다. 그러다 미국 뉴욕에서 프랭클린 D 루즈벨트 대통령의 손자인 기업인 윌리엄 루즈벨트를 만나 결혼했습니다. 두 사람은 이십 년 넘게 부부로 살았습니다. 2011년 미국 대통령을 죽이려는 음모에 휘말린 모델의 이야기를 그린 ‘더 레이싱 하트(The Racing Heart)’라는 책을 썼습니다.



사진출처 | (GettyImages)/이매진스
루즈벨트 여사는 살인을 피하게 해준 그날의 ‘행운’에 대해 감사하면서도, 그는 혼자만 살았다는 죄책감에 시달렸습니다. “샤론 언니를 생각하는 걸 멈출 수가 없었어요.”

마침내 맨슨의 사망 소식을 들었을 때, 루즈벨트 여사는 안식을 찾았습니다.

“마침내 안전하다고 느꼈습니다. 신께 이런 나를 용서해달라고 기도했지만, 세상은 찰슨 맨슨이 없는 더 좋은 곳이 됐습니다. 이젠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공포가 사라졌습니다.”

루즈벨트 여사는 현재 코네티컷 주 노퍽과 플로리다 주 팜비치 사이에서 지내고 있습니다.

“살아있는 순간마다 감사합니다. 매일매일 최대한 뜻깊은 하루를 보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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