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성추행 대자보’에 죽음 선택한 교수…제자 실형

phoebe@donga.com2017-11-22 14:5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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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사진 출처 | ⓒGettyImagesBank
지난해 5월 부산 동아대학교 캠퍼스에 손현욱 미술학과 교수가 여학생을 성추행했다는 내용의 대자보가 붙었습니다. 성추행을 직접 목격했다고 밝힌 ‘가짜’ 대자보였습니다. 촉망받던 젊은 미술가에서 파렴치범으로 손가락질 받던 손 교수는 괴로워하다가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거짓 대자보를 붙인 제자는 실형을 선고받았습니다.

부산지법 서부지원 형사4단독 김웅재 판사는 학교에 거짓 대자보를 붙여 교수를 죽음에 이르게 한 혐의(명예훼손)로 제자 A(26) 씨에게 징역 8개월을 선고했다고 11월 22일 밝혔습니다.

김 판사는 판결문에서 “A 씨는 마치 손 교수의 성추행을 목격한 사람과 증거사진이 있는 것처럼 표현해 진실로 인식되도록 해 정신적 고통에 시달리던 교수가 얼마 지나지 않아 자살에 이르고 말았다”라고 밝혔습니다.

김 판사는 이어 “떠도는 소문의 진위를 확인하지 않고, 피해자를 만나 진상을 파악하라는 주변 만류에도 대자보를 붙인 경위는 죄책이 가볍지 않다”라고 양형 이유를 전했습니다.

사망한 손 교수의 모친 최모(61) 씨는 선고 후 부산 국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죽은 아들을 대신해 싸울 수밖에 없는 부모의 마음은 찢어지고 무너진다”라며 “현명한 판결을 내려준 재판부에 감사드린다”라고 말했습니다.

아들의 실추된 명예를 살리기 위해 노모는 1년 동안 치열하게 싸운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검경에 억울함을 호소하고, 탄원서도 제출했습니다. 소송을 진행하면서 급성간경화 등 건강까지 악화됐습니다. 그가 바란 건 오직 사과와 아들의 명예회복이었습니다. 최 씨는 “잘못을 부인하는 A 씨를 보며 아들을 위해서라도 이 힘든 싸움에서 꼭 이기고 싶었다”고 국제신문에 전했습니다.

동아대는 실제 성추행을 한 교수가 따로 있다는 사실을 밝혀내고, A 씨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습니다. 당시 동아대는 졸업을 앞둔 A씨를 퇴학 처분하고 성추행 교수를 파면했습니다.

손 교수의 억울한 죽음이 알려지자 미술계는 추모 전시회를 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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