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가다 사람 맞아 죽어도”…구해줬는데 가해자 누명?

eunhyang@donga.com2017-11-09 17:5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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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보배드림 게시물
한 시민이 길에서 위험한 상황에 처해있던 여성을 구해줬으나 오히려 자신이 ‘가해자’로 몰렸다고 푸념하는 글을 온라인에 게재해 관심을 끌고 있다.

11월 7일 자동차 전문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는 “길 가다 사람이 맞아 죽어도 쳐다보지 마라”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전주에 출장 차 내려왔다가 회사 직원 분들과 술을 마시고 전주 고속터미널 근처에서 숙박을 하고자 이동하던 도중 여자 분의 ‘악’하는 비명소리를 들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저는 ‘무슨 일이세요?’라고 물었고 여성 분에게 위해를 가하는 것 같던 남성이 ‘넌 씨X 뭐야?’라며 저에게 주먹을 휘둘렀다. 언제 보았다고 저한테 ‘형님 내버려 두고 꺼지셔’라고 하더라”라고 말했다.

이어 “그래서 제가 ‘이 분(여자)이 싫다는데 너는 왜 그러시냐’고 하니까 흥분해서 주먹을 마구 휘둘렀다”며 “저도 같이 반말한다고 기분 나빴는지는 모르겠다. 동영상은 얼굴이 나오니 올리지는 못하겠다. 방어를 하다보니 양복도 다 찢어지고 갑자기 뒤통수 등을 주먹으로 가격당하는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글쓴이가 공개한 사진을 보면, 그의 양복은 심하게 찢어져 있다. 단, 글쓴이도 폭력을 행사했는지에 대한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또 글쓴이는 “경찰이 도착하자 두 사람은 도망갔고 나중에 사고 현장의 모텔에 숙박객인 것처럼 다시 나타났다. 그런데 그 여성 분이 경찰에게 말하는데 폭력을 행사한 남자를 오히려 두둔하는 것이었다. 남자 친구였나보다”며 “맞아 죽거나 말거나 쳐다보지도 말 것을…제가 먼저 시비를 걸거나 폭력을 쓴 것도 아닌데, 정말 머리가 멍해지더라”라고 토로했다.

글쓴이에 따르면, 그는 지구대에서 진술서를 쓴 뒤 이날 새벽 3시쯤 숙소로 귀가했으나, 글쓴이를 때린 남성은 여성의 진술 덕분에 경찰과 몇 마디만 나눈 후 바로 귀가했다.

그는 “뭐 이런 세상이 다 있나. 경찰 분 말씀으로는 가해자의 경우, 경찰서에서 조사를 해서 그렇다고 한다”며 “여러분 누가 맞아 죽거나 말거나 쳐다보지도 마라. 저처럼 고생한다. 딸 둘에 아들 하나를 둔 가장이 너무 오지랖을 부린 것 같다”고 말했다.

해당 게시글은 9일 오후 3시 32분 기준, 10만6491명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네티즌 다수는 해당 일화에 대해 비난 섞인 반응을 보였다. 이들은 “경찰신고만 해주고 경찰 올 때까지 뒤지든지 말든지 놔두는 게 나았을 것”(ㅊ****), “자기 마누라 아닌 이상 길거리에서 여자랑 엮이지 마라”(ㄹ****), “황당하고 억울하겠다. 저런 인간들 때문에 사회가 삭막해지고 있다”(ㅅ****), “별 미친 것들이 다 있다. 맞고소하라. 저 지경으로 만들고 왠 귀가 조치?”(ㅇ****) 등의 의견을 내놨다.

이에 글쓴이는 댓글을 통해 “다행히 제 폰에 피해를 입증할만한 영상이 있다. 모텔 직원 분께서 폭행당한 사실을 목격한 것에 대해 있는 그대로 말씀해주신다고 한다”며 “지구대에서 진술서 썼으니까 일단 결과를 기다려봐야 할 것 같다. 지구대 경찰 분들도 심정적으로는 이해하시는 눈치였는데 법과는 다를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답했다.

한편 경찰 관계자는 이날 동아닷컴에 해당 사건에 대해 “실제 있었던 일”이라고 확인해 줬다. 다만 “사건 경위는 말씀드리기 어렵다”며 입을 닫아 자세한 사건 내막은 파악하지 못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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