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 산소호흡기 전원 뽑고 핸드폰 충전한 손녀? 알고보니

ptk@donga.com2017-11-03 16:3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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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의 20대 여성이 스마트폰을 충전하기 위해 병상에 있는 할아버지의 생명유지장치 전원 코드를 뽑았다는 뉴스는 ‘가짜 뉴스’인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달 30일 외국의 많은 매체들은 알리 루이아(Ally Louia·26)라는 필리핀 여성이 할아버지 병문안을 갔다가 자신의 스마트폰 배터리가 1%밖에 남지 않자, 할아버지의 코에 연결된 산소공급장치 전원을 뽑고 대신 스마트폰을 연결하는 만행을 저질렀다고 보도했다.

또 여자가 스마트폰을 충전하면서 할아버지와 인증샷을 찍어 엄마에게 “할아버지는 괜찮아. 내가 곁에서 잘 보살피고 있어”라고 메시지까지 보냈으며, 뒤늦게 의료진이 찾아와 산소호흡 장치를 다시 연결하면서 가까스로 위기를 모면했다고 자세히 전했다.

아울러 소동이 벌어진 후 “할아버지 소식을 애타게 기다리는 엄마에게 소식을 전하느라 급하게 스마트폰을 연결했다”는 여자의 해명까지 전했다.

이 사연은 ‘스마트폰 중독의 폐해’사례로 국내 언론에도 소개되며 네티즌들의 공분을 일으켰다.

그러나 인터넷에 떠도는 소문의 근원을 찾는 웹사이트 ‘스놉스(Snopes)’는 2일 펙트체크(Fact check)코너를 통해 “그 뉴스는 국제적인 사기다”라고 전했다.

이 매체에 따르면 소문의 근원지는 풍자 뉴스 및 유머 사이트 ‘8SHIT’이다. 지난달 7일 이 사이트에 처음 올라온 허구의 이야기가 사실로 간주돼 뉴스를 통해 전달된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 웹 사이트는 ‘공지 사항’에 “게시되는 모든 내용은 허구이다. 사실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문제의 글은 또 2015년 스페인 풍자 사이트 ‘엘 문도 투데이’ (El Mundo Today)에 올라왔던 내용에 살을 붙이고 등장인물의 이름을 변형시킨 것으로, ‘엘 문도 투데이’ 역시 “엔터테인먼트 목적의 풍자적 뉴스다. 모든 내용은 허구이며 현실과 일치하지 않는다”고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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