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사이즈는 3114” 미인대회 참가자 자기소개…뭔 소리?

cja0917@donga.com2017-11-02 14: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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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미스 페루 선발대회 공식 인스타그램 
“제 사이즈는 3114입니다.”

지난 10월 30일(이하 현지시간) 페루 수도 리마의 한 극장에서 열린 2018 미스 페루 선발대회에서 카야오 주 대표로 참가한 로미나 로사노가 무대에 올라 이 같이 말했다.

신체사이즈라고 보기엔 생소한 수치. 로사노는 이어 “2014년 이후 3114명의 여성이 인신매매 피해자가 됐습니다”라고 말했다.

2018 미스 페루 선발대회 결선에 오른 23명이 자신의 신체 사이즈 대신 여성폭력의 참상을 알리는 수치를 언급하며 경종을 울렸다.

1일 엘 코메르시오 등 현지언론에 따르면 이날 모든 참가자들은 자기 소개를 하면서 가슴, 허리, 엉덩이 등 자신의 신체 사이즈를 알리는 대신 여성폭력과 관련한 통계를 언급했다.

리마 주 대표인 카밀라 카니코바는 자신의 사이즈를 ‘2202’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에서 지난 9년간 살해된 것으로 보고된 여성의 수”라고 설명했다.

다른 참가자들도 “성 착취 탓에 10분마다 여성 한 명이 숨지고 있다”, “페루 여성의 70% 이상이 길거리 성희롱의 피해자”라고 말했다.

대회 조직위원회는 참가자들이 통계 수치를 발표할 때 주요 여성 혐오 범죄 뉴스를 배경 화면에 띄웠다.

미인대회를 시청하던 관중과 시청자들은 성폭력, 여성 혐오 살인, 길거리 성희롱, 성추행 등과 관련한 수치가 언급되자 숙연해졌다.

심사위원들의 질문도 여느 때와 달랐다. 참가자들에게 가장 좋아하는 취미나 자선활동에 대한 질문 대신 “우리는 매일 자신의 남자친구나 전(前) 남자친구에게 살해당하는 여성들의 뉴스를 접한다”며 “법률을 바꿀 수 있다면 여성 혐오 범죄에 대해서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등의 질문을 던졌다.

이날 우승을 차지한 로미나 로사노는 “살인 등 모든 여성폭력 가해자의 이름이 포함된 데이터베이스를 만들겠다”며 “이런 방식을 통해 우리는 자신을 보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이 이벤트는 1987년 미스 페루 출신인 제시카 뉴턴 조직위원장의 제안으로 이뤄졌다.

뉴턴 위원장은 “각 지역 대표들이 공개적이고 실제적인 여성폭력과 관련한 수치를 제시했는데, 페루에서 벌어지는 일들이라 심히 걱정스럽다”며 “미스 페루 선발대회 예선에 참가한 150명 중 5명도 성폭행 등 여성폭력의 희생자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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