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이지 않는 학생부 조작 논란…“차라리 없앴으면” 부정 여론 확산

kimgaong@donga.com2017-10-30 18:09:09
공유하기 닫기
기사와 관련 없는 참고사진. 동아일보 DB
일부 사립고등학교 교사들이 특정 학생의 학생기록부(학생부)를 조작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다시 한 번 학생부의 신뢰에 금이 갔다.

경기북부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경북의 A 고등학교 교장(59), 교감(56), 교무과장(54)을 학생부 임의 수정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30일 밝혔다. 같은 학교법인의 수도권 고교 교사도 아들의 학생부를 조작한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경찰에 따르면 A 학교 교장은 지난 2월 교무과장에게 일부 학생들의 학생부 조작을 지시했다. 교무과장은 총 5명의 생활기록부를 인쇄하고 빨간펜으로 부모 직업을 표기한 뒤 교감에게 전달했다. 부임한지 얼마 되지 않아 학교 사정을 잘 모르는 교감에게 학생들을 파악하기 위한 정보로 부모의 직업을 강조한 것이다. 학생부를 건네받은 교감은 각 학생들의 담임을 통해 학생부 내용 수정을 지시했다.

지시를 받은 교사들은 부정적인 내용을 삭제하거나 좋은 의미로 수정해야 했다. 예를 들어 ‘부모에게 의존적이다’라는 내용을 ‘교사와 부모에게 순종하며 더불어 살아갈 줄 안다’는 식으로 고쳤다.

A 고등학교에서 학생부가 조작된 5명은 현재 2학년에 재학 중이다. 학생부 조작에 대가성 청탁이 있었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수도권의 B 고등학교 소속 교사도 2014년 8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자신이 근무하는 학교에 재학 중이던 아들의 학생부 수천 자를 조작한 혐의로 동료 교사와 함께 불구속 입건됐다. B 고등학교는 A 고등학교와 같은 학교법인 소속이다.

해당 보도를 본 누리꾼들은 학생부에 대한 의구심을 드러냈다. “학생기록부라는 게 완전 담임선생님 원하는 대로 쓸 수 있게 만든 거라 저런 게 언제든지 가능하다(kies****)”, “모든 학교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운영위원 자식들은 고칠 필요 없이 담임이 알아서 잘 적어준다. 아닌 학생들은 선생님 입맛대로 대충 써준다(ohha****)” 등의 댓글이 달렸다.

학부모와 학생들이 교사에게 내용을 바꿔달라고 부탁하는 일이 잦다는 반응도 많았다. “현직 교사인데 생기부 쓰는 동안 학부모들이 열람이 가능하다 보니 수십 번 연락 와서 어떻게 바꿔달라고 요구하거나 추가로 기입해달라고 해 난처하다. 차라리 없앴으면 좋겠다(anna****)”, “솔직하게 적을 수가 없다. 학부모에 학생들까지 이렇게 적어달라 저렇게 적어달라 난리다. 옛날부터 지금까지 선생님들이 사실대로 적었으면 대학 못 가고 취직 못 할 사람 수두룩할 거다(yool****)” 등의 댓글이 달려있다.

‘학생부 종합 전형’ 등 대학 수시 전형을 폐지하자는 의견도 많다. “수시 폐지해라. 저런 식으로 짜는데 공정성은 물론 고생한 다른 학생들한테도 피해다(tlss****)”, “학생부종합전형이나 수시는 돈이나 권력에 취약한 교직원의 입김이 작용할 소지가 있기에 빈곤한 가정의 자녀가 무조건 손해 보는 구조다(mkch****)”, “도대체 정시 확대는 왜 안 해주는 거지. 이런 일들이 한두 번도 아니고 수시로 돈 받아먹을 생각 밖에 없는 건가. 지어낸 이야기들을 왜 굳이 읽으며 애들을 뽑으려고 하나(dpdm****)” 등의 댓글이 달렸다.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은 학생부의 교과 성적과 비교과 활동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대학 입시 제도이다. 주로 학교 성적, 수상 실적, 교사의 평가 등이 평가 대상으로 꼽힌다. 하지만 무엇으로 합격과 불합격이 갈리는지 명확하지 않고 교사의 주관적인 평가가 많이 개입되어 ‘깜깜이 전형’, ‘금수저 전형’이라고도 불린다.

정부도 학생부의 문제점을 인지하고 있다.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 23일 “대체적으로 학생부 신뢰도에 문제가 있고 학생부가 너무 다양한 요소를 평가한다”며 “대입 수시에서 논술을 축소·폐지를 방향으로 잡고 학종에서 자소서, 교사추천서 등도 부작용이 많아 축소 내지 폐지하는 방향으로 잡고 있다”라고 말했다.

김가영 동아닷컴 기자 kimgaong@donga.com

카톡에서 소다 채널 추가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