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내 신분을 훔쳐 6억 원을 빚졌다

phoebe@donga.com2017-10-27 19:4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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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 신용도용 연구로 미국 소비자 과학 협회가 주는 상을 받았던 액스턴 베츠 해밀턴 교수. 그의 어머니 팜 씨는 환하게 웃었다. 
한 미국 여성이 친어머니가 죽고 난 뒤에 알아낸 끔찍한 비밀에 대해 말했습니다.

지난 10월 25일(현지시각) 영국 미러 온라인은 아동 신원 도용 분야의 전문가 액스턴 베츠 해밀턴(Axton Betz-Hamilton‧35) 교수의 인터뷰를 실었습니다. 그는 현재 미국 일리노이 주 찰스턴에 있는 이스턴 일리오이 대학 소비자학과 조교수입니다.

19살이던 2001년 액스턴 씨는 대학교 캠퍼스 밖에 임대 아파트를 처음으로 얻고 전기를 연결하려 했습니다. 며칠 후 전기회사는 “신용 점수가 낮아 추가로 100달러를 예치해야 한다”라고 했습니다. 처음에는 돈을 빌린 적이 없어 신용 등급이 낮은가 싶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호기심에 신용보고서 사본을 신청했던 액스턴 씨는 깜짝 놀라고 말았습니다.

6주 후 도착한 신용보고서는 정말 두꺼웠습니다. 거기에는 자신의 명의로 수백 개의 신용카드가 발급된 기록이 있었죠.

“당시 미국에서 저보다 신용 점수가 낮은 사람은 2%에 불과했습니다. 그때 나는 열아홉 살이었습니다.”

신용카드를 발급받은 적이 없었던 액스턴 씨는 자신의 이름으로 빌린 50만(약 5억 6300만 원) 달러의 빚까지 있다는 사실에 망연자실 했습니다.

“채권추심기관은 1992년까지 거슬러 올라갔습니다. 나는 울고 또 울었습니다. 앞으로 결코 아무것도 소유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인디애나 주 포틀랜드의 작은 마을 외곽 농장에서 자란 액스턴 씨는 외동 아이였습니다. 아버지는 지역 상점을 관리했고 어머니는 회계사였습니다. 조사해보니 부모 역시 명의도용 당했습니다. 같은 도둑이 딸 액스턴 씨의 이름으로 빚을 진 것입니다.

액스턴 씨는 울면서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어머니는 친척이나 친구들이 명의를 훔쳐간 것 같다고 설명했습니다. 액스턴 씨와 아버지는 그 말을 믿고 10년 넘게 친지를 의심했습니다.

경찰에 신고도 했지만, 알아낸 것은 없었습니다. 그때부터 그는 명의 도용 문제를 공부하기 위해 목숨을 걸었습니다. 회계사 엄마의 도움을 받아 도둑을 추적했습니다.

2012년 그는 신용도용 연구로 미국 소비자 과학 협회(American Association of Consumer Sciences)가 주는 상을 받았습니다. 당시 그의 옆에는 어머니와 아버지가 있었죠. 두 사람은 환한 미소를 지었습니다.

박사학위를 받기 직전인 2013년 액스턴 씨는 더 큰 시련을 겪었습니다. 어머니 팜 베츠 씨가 급성림프구백혈병에 걸려 66세를 일기로 사망한 것입니다.

고인은 부고기사도 장례식도 하지 말라고 신신당부했습니다. 슬픔에 잠긴 액스턴 씨와 아버지는 죽은 어머니의 물건을 정리했습니다. 그때 액스턴 씨의 의문이 완전히 풀리기 시작했습니다. 액스턴 씨의 이름이 적힌 ‘기한이 지난 신용카드 명세서’가 ‘집’에서 발견된 것입니다.

아버지는 “우린 널 잘 키웠는데 무슨 짓을 하고 다닌 거니? 상자에 카드 명세서가 있더라. 네 출생증명서도 같이 있어!”라고 화를 냈습니다.

그 순간 액스턴 씨의 피가 얼어붙는 것 같았습니다. 그 상자는 어머니만 접근할 수 있는 곳에 있었습니다. 곧 그는 자신의 명의를 도용해 50만 달러를 빚지게 한 사람이 어머니라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어떻게 그 오랜 시간 가족을 속일 수 있었던 걸까요. 한평생 닳아빠진 겉옷을 입고 검소하게 산 어머니 팜 씨의 진짜 모습이 궁금했습니다.

“엄마의 페이스 북에 들어가 뒤진 끝에 엄마가 이중생활을 하고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엄마는 20만 마일을 달린 낡은 차를 몰고 보석을 가져본 적도 없었지만, 처녀 시절 이름 팜 엘리엇 등 여러 이름을 썼습니다.”

프리랜서 회계사로 일하며 바쁘게 살았던 어머니 팜 씨. 그녀는 오하이오 주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곳에 차명 재산이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엄마는 여러 이름과 여러 사회 보장 번호를 사용했습니다. 엄마를 아는 사람을 만난다면 돈의 행방을 찾을 수 있을 겁니다. 그것을 추적하는 데 평생이 걸릴 수 있지만,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겁니다.”

액스턴 씨가 연구논문으로 상을 받았을 때 찍은 사진에서 어머니는 활짝 웃고 있었습니다. 죄책감이라곤 찾아볼 수 없습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요.

액스턴 씨는 “엄마는 죄책감을 못 느끼는 심리장애가 있어 보입니다. 저급한 정신병자에 세계적 수준의 조작자입니다. 명의도용 도둑을 찾기 위해 내가 하고 있는 모든 일을 엄마에게 말했기 때문에, 엄마는 언제나 한걸음 앞서서 단서를 지울 수 있었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모르는 사람과 46년을 보낸 아버지는 충격을 받았습니다.

현재 액스턴 씨는 완벽하게 정상적인 신용등급을 회복했습니다. 만약 어머니가 살아 있는 동안 그녀의 사기를 알아챘다면, 어머니를 경찰에 신고했을 거라고 단호하게 말했습니다.

“엄마의 유골 항아리는 우리 집에 있습니다. 이제 엄마가 한 일에 대해 새로운 정보를 찾을 때마다 항아리를 향해 소리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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