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넘게 기다린 첫사랑과 결혼한 노인, 90세로 사망

phoebe@donga.com2017-10-26 15:2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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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아시아 뉴스 네트워크
“반세기 넘게 떨어져 있었지만 한 순간도 그녀를 잊은 적이 없습니다.”

중국인 유안 디바오(Yuan Dibao) 씨가 10월 19일(현지시간) 90세를 일기로 사망했다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등 언론이 전했습니다. 고인은 중국에서 유명한 사랑 이야기의 주인공입니다. 

1953년 항저우 저장 의과대학 학생이던 유안 씨는 러시아어 강의실에서 본 아름다운 여성에게 마음을 뺏겼습니다. 그녀는 러시아어 강사 대니 리(Danny Li) 씨였습니다. 항저우 출신 교수 아버지와 프랑스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리 씨는 만다린뿐 아니라 불어, 영어, 러시아어에 능통한 재원이었습니다.

유안 씨는 2012년 라이크 위크에 “그녀가 원피스를 입고 있었는데, 바람 사이로 걸어오는 여신 같았다. 우리 모두 시골 바보들처럼 그녀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라고 말했습니다. 리 씨도 유안 씨가 싫지 않았습니다.

유안 씨에겐 이미 부모가 정해준 아내가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유안 씨는 리 씨와 급속도로 가까워졌고 선생과 제자라는 사회적 금기에도 많은 시간을 보내며 사랑을 속삭였습니다. 그러나 유안 씨에게 이미 아내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리 씨가 고민을 하다가 1956년 프랑스 리옹으로 떠나면서 두 사람은 이별했습니다. 

그 이후에도 두 사람은 간간히 안부 편지를 주고받았지만, 문화혁명이 일어나면서 연락이 완전히 끊기고 말았습니다. 유안 씨는 아내와의 사이에 세 아들을 낳았습니다. 아내가 1994년 사망한 후 그는 독신으로 지냈습니다.

리 씨에게 사랑을 고백하는 남자들은 많았지만, 새 출발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는 차이나 데일리에 “나는 가장 열렬한 사랑을 찾았고, 다른 그 누구도 그 사람 같을 순 없다고 느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던 2010년, 유안 씨의 며느리가 리 씨의 행방을 찾았습니다. 시아버지의 가슴 아픈 사랑 이야기를 친척에게 들은 며느리가 “아버님, 다시 편지를 쓰는 건 어떨까요?”라고 제안한 것입니다. 유안 씨는 다시 편지를 썼습니다. 리 씨에게 답장이 왔습니다.



사진 출처=위챗
유안 씨의 가족은 리 씨를 중국으로 초대했습니다. 2010년 5월, 유안 씨는 장미 꽃다발을 들고 공항에 나가 리 씨를 맞이했습니다. 두 사람은 같은 해 9월 26일 정식으로 결혼했습니다. 당시 많은 중국 언론이 두 사람의 사연을 보도하며 관심을 쏟기도 했습니다.

54년의 기다림, 7년의 꿈같은 결혼생활…. 목요일인 지난 19일 유안 씨는 아내 리 씨의 품에서 마지막 숨을 거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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