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는 학문에 적합하지 않아” 망언 中 교수, 사과 거부

celsetta@donga.com2017-10-26 14:4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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펑 강 교수. 사진=Shanghaiist
“여학생들은 성적은 좋지만 학문에 진지하게 임하지 않는다. 석사과정 여학생들 중 학문의 길을 계속 가는 학생은 10%도 안 되며 여학생들 대부분은 공부에 제대로 집중하지 않는다. 그들은 그저 학위를 따려고 학교에 왔을 뿐이다.”

중국 명문대학교 중 하나인 저장대학교 교수의 ‘망언’이 뒤늦게 알려져 큰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저장대 사회학과 명예교수인 펑 강(冯钢)은 지난 2013년 10월 5일 석사과정 지원자 인터뷰를 하던 도중 자신의 웨이보에 위와 같은 내용의 글을 남겼습니다.

편견으로 똘똘 뭉친 펑 교수의 글은 몇 년 뒤인 2017년 10월 다시 입소문을 탔고, 저장대학교 학생들은 물론 중국 전역 네티즌들로부터 맹렬한 비난을 받았습니다. 10월 23일 대만 둥하이대 사회학 박사과정에 재학중인 한 학생이 ‘펑 교수는 성차별 발언을 사과하라’며 공개 청원을 제기했고 이에 세계 곳곳에서 20명이 넘는 석·박사과정 학생들이 힘을 보탰습니다.

공개 사과를 요구 받은 다음날인 24일 펑 교수는 웨이보에 다시 글을 올렸습니다.

“학문은 여성이 발 들일 분야가 아니다. 이것은 역사적으로도 증명된 사실이다.”



'공부 제대로 하는 여학생은 거의 없다'며 차별적 태도를 보인 펑 교수의 글. 사진=펑 강 교수 웨이보
"학문이 여성의 영역이 아니라는 건 역사적으로도 증명된 사실이다" 사진=펑 강 교수 웨이보
사과 요구가 빗발치고 언론의 관심이 쏠렸지만 펑 교수는 입장을 바꾸지 않고 있습니다. 상하이스트에 따르면 그는 “나는 잘못한 게 없다. 2013년에 쓴 그 글은 여성을 비하한 게 아니라 그저 석사과정 신입생 선발과정에서 느낀 점을 적은 것일 뿐”이라 주장했습니다.

이어 “내가 10번 환생한다 해도 사과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나는 아무 것도 잘못하지 않았는데 나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모함하고 있을 뿐이다. 내가 왜 사과해야 하는가”라고 강경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펑 교수 사건으로 인해 성차별적 발언을 일삼은 지식인들의 사례가 재조명되고 있습니다. 2013년 광동대학 조교수 허 광슌은 “여학생들은 몸단장하느라 아침수업을 자주 빼먹는다. 남학생들이 수업에 더 열정적으로 임한다”라는 발언으로 물의를 빚었습니다.

2014년에는 무라카미 하루키 소설의 중국판 번역자로 유명한 린 샤오화가 자신의 웨이보에 “남성이 집안일을 하면 남성성이 훼손되므로 최대한 집안일에서 거리를 둬야 한다”고 적어 논란이 됐습니다.

‌이어 2015년에도 철학·사회학자 저우 궈핑이 “여자들은 큰 꿈과 야망을 가질 수 없는 존재다. 여자가 가질 수 있는 유일한 야망이란 남자에게 사랑 받고 아이를 낳아 키우고자 하는 열망 뿐이다”라는 망언을 웨이보에 적었다가 논란이 됐습니다. 저우 궈핑은 2004년 런민대학교 철학강연에서도 “여자가 철학 공부를 하는 것은 여성 본인과 철학 모두에 해를 끼치는 일”이라 말하기도 했습니다.

지식인들의 시대착오적 발언에 많은 여성과 남성들이 분노하고 있지만 중국 사회에 ‘학문 하는 여자’에 대한 편견이 널리 퍼져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상하이스트는 “많은 여성들이 고등교육을 받고 학계에 진출하는 시대지만, 여전히 중국에서 ‘박사 학위를 가진 미혼 여성’은 제3의 성 취급을 받거나 남자들로부터 ‘부담스러워서 결혼하고 싶지 않은 상대’취급을 받는다”고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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