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얼굴 스튜핏인가요?”…욕 먹어도 ‘얼평’ 원하는 심리는?

lastleast@donga.com2017-10-10 15: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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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투브 ‘얼평’ 방송. 사진=유투브 캡쳐
최근 유투브에서 ‘얼평’ 영상이 인기를 끌고 있다. ‘얼평’은 얼굴 평가의 줄임말로, 주로 인터넷에서 누리꾼이 자신의 얼굴을 공개한 뒤 타인들로부터 자신의 외모를 평가받는 것을 말한다.

아프리카 TV와 유투브에서 개인 방송을 진행하는 한 BJ(Broadcasting Jockey)의 ‘얼평’ 방송에는 시청자들의 사진 제보가 끊이질 않고, 해당 영상의 조회수는 20만 건 이상을 기록하는 등 ‘얼평’은 인기 있는 방송 콘텐츠로 자리 잡았다.

자신의 사진을 BJ에게 제보한 뒤, BJ가 제보 받은 사진을 공개해 시청자들과 함께 점수를 매기며 평가를 하는 것이 ‘얼평’ 방송의 주를 이룬다. 외모에 대한 칭찬뿐만 아니라 성형 견적을 내는 등 외모에 대한 혹평과 심할 경우 인신공격성 발언도 이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얼평은 특히 10대와 20대 등 어린 연령층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데,이에 대해 황상민 심리학 박사는 “단순히 ‘당신이 멋있다’라는 것 정도의 인정이 아닌 그레이트 또는 스튜피드같이 자기 삶에 대한 등급을 받고, 또 그것을 평가받고 싶은 심리”라고 설명했다.

황 박사는 10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자기 외모가 어떤지를 불특정 다수에게 묻는다는 것 자체가 어쩌면 본인이 살아가는 것에 대해서 스스로 판단하거나 결정하지 못하고 누군가에게 확인하는 심리와 비슷하다”고 말했다.

그는 “(얼평 현상이)단순히 청소년의 문제인가, 아니면 어른이나 심지어 이 나라 지도자들도 그렇지 않을까’라는 상상까지도 하게 된다”며 “북한의 핵무기를 어떻게 우리가 감당해야 되느냐 이런 것에 대해서 우리가 미국과 중국의 눈치를 보는 것도 (얼평 현상과) 똑같은 심리상태에서 일어나는 현상”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황 박사는 스스로 무언가에 대한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사람을 칭하는 ‘결정 장애’에 대해서도 “결정 장애 자체가 사실은 자기가 원하는 삶을 살아가기 보다는 다른 사람이 그것에 대해 인정해 주고 평가를 해 줘야지만 ‘내가 잘 살아가고 있다’고 스스로 판단하게 되는 심리상태“ 라고 말했다.

아울러 “우리가 자라면서 착하게 살아라 또는 바르게 살아야 된다 등의 이야기를 하는데, 착하고 바른 것의 정체는 그때그때 다르다”라며 "우리가 그런 사회를 살다 보니까 어느 순간부터는 스스로를 (결정 장애로) 만들어버리는 결과가 초래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끝으로 그는 ‘ 얼평’ 현상 기저에 깔려있는 자신감 부족 등 현대인들의 심리 상태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꽃미남은 누구보다 빨리 느끼한 아저씨가 될 가능성이 있고, 젊어서 늙수그레한 사람은 중년이 되면 중년의 미를 조금 더 여유 있게 보여준다고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며 “불행이 아니라 삶의 또 다른 행운이 될 수 있다 생각하면 자신의 얼평에 연연할 필요가 없다”고 충고했다.

김혜란 동아닷컴 기자 lastleas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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