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베이터 눈치 주면 수십 층 걸어서…” 택배기사 아내의 부탁

kimgaong@donga.com2017-09-29 17:3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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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동아일보DB
추석 연휴를 앞두고 택배기사들의 손길이 더욱 분주하다. 받는 사람은 기분 좋은 택배지만 배달하는 사람은 무척 고된 일. 한 택배기사의 아내가 온라인에 당부의 글을 올려 눈길을 모은다.

28일 오후 한 여성이 네이트판 게시판을 통해 택배기사인 남편이 겪는 어려움을 대신 설명하면서 몇 가지 당부의 말을 전했다. “추석 지옥 시즌을 겪고 있는 택배기사분들께 조금이라도 위로가 되고자 참았던 속앓이를 쓴다”고 했다.

“남편은 매일 똑같이 아침 6시에 집을 나선다”며 일과를 설명했다. 남편은 우유갑만한 작은 것부터 러닝머신처럼 무거운 것까지도 전달하며 하루 13시간 이상을 일한다고 했다. 그런데 글쓴이가 가장 속상한 점은 따로 있었다. “제가 제일 속상한 점은 일부 몰상식한 사람들 때문에 옆에서 지켜보는 저는 너무 속이 상하고 분통 터진다”며 몇 가지 사례를 설명했다.

주소 잘못 적고 책임은 택배기사에게

글쓴이는 “본인이 주소 잘 못 적어놓고 왜 택배기사에게 화를 내냐”며 “’잘못 적었다’, ‘이사를 갔으니 새로운 주소로 가져다 달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말했다.

본인이 주소를 잘 못 적은 경우 반품을 신청하고 재배송을 받는 등 직접 수습하라고 당부했다.

늦은 밤 전화


글쓴이는 “이 글을 쓰게 만든 가장 큰 이유”라며 “밤 12시 넘어서 전화하는 건 예의가 아닌 비상식적인 행동”이라고 말했다. 심지어 새벽 3시에도 전화가 온다고 덧붙였다.

“그때마다 뻗어서 자는 남편 대신 제가 전화받거나 문자로 ‘시간이 시간인 만큼 아침에 확인하고 연락드릴게요’라고 대신 말씀드린다”라고 밝혔다. 전화를 받지 않으면 계속 전화하고 문자폭탄을 날린다고 했다.

전화 욕설


주소를 잘 못 적어 택배를 못 받거나 내용물에 문제가 있으면 택배기사에게 욕을 하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갖가지 욕을 나열하면서 “실제로 남편이 녹음한 파일을 들은 내용이다. 듣고 억장이 무너지는 줄 알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택배기사도 누군가의 아들이고 누군가의 가장”이라며 “화풀이하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주차·엘리베이터 사용 문제

일부 아파트에서 택배 차량 진입을 금지하고 있어 업무가 힘들다고 설명했다. “아파트에 택배차량 진입 불가. 조금 산다 하는 아파트들이 많이 그런다”며 “버티다 결국 기사들 진입하게 해준다”고 설명했다. 또한 아파트 근처나 시장에 차를 잠시 대면 ‘주차하지 말라’는 식으로 시비를 거는 사람이 많다고 했다.

엘리베이터 사용도 편치 않다. “엘리베이터를 쓸 때도 눈치 준다고 한다. 그래서 수십 층을 걸어서 오르락내리락한다. 그때 전화하면 헉헉대는 숨소리만 듣고 끊는다”며 속상한 마음을 전했다.

분실

택배기사들에게는 ‘부재중이어서 집 앞에 놓아달라’는 식의 말이 가장 부담이라고 설명했다. “거절해도 계속 놓고 가라고 해서 어쩔 수 없이 놓고 갔는데 없어지면 다 분실처리하신다”라며 “그러면 택배기사들 하루의 일당이 고스란히 날아간다”고 말했다.

이외에이도 수많은 일 일어난다면서 “택배기사들이 땀 흘려 노력하고 고생한다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한다”고 부탁했다.

물론 친절한 고객들도 있다고 했다. “고생한다고 과일, 음료수 주시고 자주 가는 곳에서는 반팔 티(도 주신다)”며 “그런 일 있을 때마다 신랑은 카톡으로 자랑한다”고 전했다. “저도 ‘대박 감사한 분이네! 더 잘 챙겨드려 여보’라고 답을 주지만 한편으로 작은 것에 기뻐하는 신랑 모습이 떠올라서 울컥 한다”고 덧붙였다.

해당 글을 읽은 누리꾼들은 “이런 글을 보니 기사님들 입장을 알게 되고 앞으로 잘 해야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글 읽고 울컥한다. 너무 고생이 많으시다. 택배비가 오르더라도 기사님들께 더 많은 이익이 돌아갔으면 좋겠다”, “택배인 가족 정모 생각해본 적 있다. 이런 말들을 일상적으로 들어온 우리로선 정말 감사한 글이다” 등의 댓글이 달렸다.

김가영 동아닷컴 기자 kimga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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