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들, 스쿨버스 관리자에게 “할머니 아들 죽었죠?” 조롱

celsetta@donga.com2017-09-15 14: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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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에서 스쿨버스 관리자로 일하던 캐런 클라인(Karen Klein·68)씨는 지난 2012년 손주 같은 학생들로부터 마음 아픈 말을 들었습니다.

7학년(중학교 1학년)학생들 탑승지도를 위해 버스에 동승한 캐런 씨는 여느 날처럼 남자아이들의 못된 장난에 시달리고 있었습니다. 아이들은 할머니 뻘인 캐런 씨의 몸을 책으로 쿡쿡 찌르며 “캐런 할머니, 왜 이렇게 뚱뚱해요?”라고 조롱하고 자기들끼리 웃어댔습니다.

캐런 씨는 이 정도는 별 일 아니라는 듯 아이들에게 시선도 주지 않고 무시했지만 모욕은 점점 더 심해졌습니다. 아이들은 몇 해 전 캐런 씨의 아들이 자살로 생을 마감한 사실까지 들춰 냈습니다. 캐런 씨는 “이 늙은 괴물아!”, “할머니 가족 없죠? 아들 자살했죠?”라는 모욕을 듣고서도 무력하게 앉아 있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당시 영상을 유튜브에 공개한 학생 루이스 리시오 주니어(Luis Recio Jr.)는 ABC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대체 아이들이 왜 그러는지 모르겠어요. 할머니가 속상해 하시는 모습에 제 마음도 너무 아팠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루이스가 공개한 영상은 수백 만 번 이상 조회되며 전국으로 퍼져나갔습니다. 노인을 괴롭히면서 즐거워하는 아이들 모습에 많은 네티즌들이 “어떻게 이럴 수가 있느냐”, “우리 아이들 안에 사악한 마음이 있다”라며 분노했습니다.

학창 시절 왕따 피해자였던 남성 맥스 시도로프(Max Sidorov)씨는 캐런 할머니가 조롱 당하는 영상을 보고 자기 일처럼 속이 상했습니다. 그는 할머니를 위로해 드리고 싶은 마음에 5000 달러(약 566만 원) 모금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후원금으로 할머니께 여행 선물을 해 드리면 마음의 상처가 조금이나마 나아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였습니다.

놀랍게도 처음 목표액이었던 5000달러를 훨씬 뛰어넘은 70만 달러(약 7억 9000만 원)에 달하는 성금이 모였습니다. 이 돈 덕분에 캐런 할머니는 스쿨버스 관리직에서 아예 은퇴하고 편안한 노후를 보낼 수 있게 됐습니다. 할머니는 후원금 중 10만 달러를 종자돈으로 삼아 ‘캐런 클라인 괴롭힘 근절 재단(Karen Klein Anti-Bullying Foundation)’를 세웠습니다.

할머니는 “많은 분들의 도움 덕에 재단까지 만들었습니다. 학교나 직장 등에서 발생하는 괴롭힘, 사이버공간 괴롭힘 등을 근절하기 위해 상담이나 교육 활동을 하는 게 재단 목적입니다. 나는 그저 평범하게만 살아온 할머니지만 사회에 작은 도움이라도 될 수 있다면 기쁘겠어요”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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