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붓딸 10년 키워 놨더니…”결혼식엔 친아빠 손 잡고 들어가겠다”

celsetta@donga.com2017-09-14 18:3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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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는 참고사진 ⓒGettyImagesBank
10년 넘게 헌신적으로 의붓딸을 뒷바라지한 새아빠가 ‘배신당했다’며 서러움을 토로했습니다.

해외 커뮤니티 사이트 레딧(Reddit) 이용자 ‘고질라 문(gozilla_moon, 이하 G씨)’은 “십대 때부터 친딸처럼 키워 온 의붓딸에게 배신당했다”며 사연을 털어놓았습니다.

G씨는 10여 년 전 한 여성을 만나 사실혼 관계로 지내며 여성이 데리고 온 딸도 자기 자식처럼 잘 돌봤습니다. 고등학교 때는 통학하기 편하라고 차도 사 주었고 대학에 진학하자 4만 달러(약 4500만 원)가 넘는 학비도 대 주었습니다. 대학 졸업 후 직업 없이 집에서 쉬는 딸에게 눈치를 준 적도 없었습니다.

의붓딸의 친아버지는 무책임하기 짝이 없는 남성이었습니다. 지키지도 못할 약속을 남발했다가 딸을 실망시키기 일쑤였지만 아이는 변함 없이 친아버지를 사랑하고 보고 싶어 했습니다. G씨는 그런 의붓딸의 모습에 서운함도 느꼈지만 부모자식간의 도리를 방해할 수 없다는 생각에 내색하지 않았습니다.

시간이 흘러 의붓딸의 결혼식이 다가왔습니다. 결혼식에 초대할 하객 250여 명 중 G씨가 초대한 손님은 20여 명이었고, G씨는 결혼식 비용을 전부 지불하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청첩장 발송이 끝난 뒤 G씨 친구들은 “나는 초대받지 못했다”라는 반응을 보였고, G씨는 깜짝 놀랐습니다.

알고 보니 청첩장에 G씨 이름은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의붓딸과 그 어머니(G씨 연인), 그리고 딸 친아버지의 이름 뿐이었습니다. G씨는 연인과 크게 싸웠습니다. 딸은 “명단을 다 인쇄할 공간이 부족해서 그랬다”고 변명을 늘어놓았습니다.



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는 참고사진 ⓒGettyImagesBank
오랜 시간 헌신하고도 제대로 대접받기는커녕 완전히 무시당한 G씨. 크게 상처받은 그는 의붓딸의 결혼식 당일 작은 복수를 하기로 결심했습니다. 상석에는 의붓딸의 친아버지가 흐뭇한 표정으로 앉아 있었습니다.

그는 “제가 축배를 들고 싶습니다”라며 일어섰습니다. 좌중의 눈이 전부 G씨에게 향했습니다.

“이렇게 멋진 가족의 일원으로 지난 10년을 보낼 수 있어서 영광이었습니다.”

하객들 사이에서 ‘정말 멋지다’, ‘우와’, ‘자상하기도 하시지’라는 탄성이 터져나왔습니다. G씨는 씩 웃으며 말을 이어갔습니다.

“이 자리에서 저는 이 가족들이 제 눈을 틔워줬다는 데 감사하고 싶습니다. 그들은 가족 내에서의 제 위치라는 것이 제 상상과는 달랐다는 것을 깨닫게 해 주었습니다.”

예상치 못한 발언에 하객들이 술렁였습니다.

“저는 제가 이 가족의 가장이자 든든한 버팀목이라고 생각하며 10년간 살았습니다. 하지만 아니었습니다. 저는 ATM기 혹은 돈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습니다. 저는 이 자리에서 그 동안 제가 짊어져 왔던 ‘경제적 의무’들을 모두 포기하고, 이 신성한 의무를 신부의 ‘진짜 아버지’에게 넘겨줄 것을 선언합니다. 신랑신부가 제 대신 선택한, ‘진짜 아버지’ 말입니다.

‌상석에 앉아 계신 바로 저 분, 신부의 ‘진짜 아버지’가 결혼식 비용도 전부 지불해 주실 겁니다.”



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는 참고사진 ⓒGettyImagesBank
잔을 내려놓은 G씨는 불안과 혼돈으로 아수라장이 된 식장을 뒤로 하고 자리를 떴습니다.

‌이후 그는 웨딩플래너로부터 결혼식이 철저히 ‘친아버지’를 위주로 계획됐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아빠와 딸 댄스타임’은 당연히 친아버지와의 시간으로 잡혀 있었고 식장에서 사용된 배경음악들은 전부 친아버지가 좋아하는 노래들이었습니다. 심지어 G씨가 알러지 때문에 먹지 못하는 음식 두 가지가 메뉴에 포함돼 있었습니다.

G씨는 “이 날 이후 이 가족과 모든 연을 끊었다. 나는 진심 어린 사랑으로 가족을 만들었다고 생각했는데 배반감이 너무도 크다. 금전적인 손해도 손해지만 믿었던 사람들에게 배신당했다는 것이 나를 너무도 힘들게 한다. 하지만 내가 그들에게 돌아가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다. 후련하다”라고 글을 맺었습니다.

네티즌들은 “얼마나 허무하고 황당할 지 상상조차 되지 않는다”, “G씨에게는 아무 잘못이 없다. 그를 이용한 사람들이 악랄한 자들일 뿐”, “부디 힘내시길”, “의붓딸이 정말 못됐다. 엄마도 한통속인 듯”, “10년 동안 고생한 만큼 더 좋은 인생이 찾아올 겁니다”라며 G씨를 응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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