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살바도르 달리의 친딸!” 친자확인 소송에 관 뚜껑 열었더니…

cja0917@donga.com2017-09-07 16:4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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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살바도르 달리(1904~1989) 
“내가 살바도르 달리의 친딸이라고요!”

영면에 든 초현실주의 화가 살바도르 달리(1904~1989)를 결국 무덤 밖까지 나오게 만든 60대 여성의 주장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AFP통신 등은 6일(현지시간) 자신이 달리의 생물학적 딸이라며 친자확인 소송을 제기한 필라 아벨 마르티네스(61)가 달리의 친딸이 아닌 것으로 판명됐다고 보도했다.

스페인 당국은 마르티네스의 주장이 사실인지를 확인하기 위해 달리의 묘지에서 시신을 꺼내 DNA 시료 분석을 한 결과 이 같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타로 점성술사인 마르티네스는 2007년부터 자신이 달리의 친딸이라고 주장해오다 2015년 4월 법원에 친자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1950년대 중반 자신의 어머니가 스페인 포트리가트 지방에 체류할 당시 달리의 집에서 가정부로 일했으며, 달리와 연인으로 지내다 자신을 낳았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달리와 마르티네스가 부녀 관계인지를 확인할 만한 단서는 남아있지 않았다. 결국 법원은 달리의 시신에서 DNA를 채취할 필요가 있다고 결정했다.

1989년 1월 향년 85세를 일기로 별세한 달리는 자신의 고향인 스페인 북부 피게레스에 있는 한 극장 지하실에 묻혔다.


스페인 당국은 지난 7월 달리의 묘지에서 1톤이 넘는 판을 제거하고, 법의학 전문가를 파견해 달리의 피부와 손톱, 뼈 등에서 DNA 샘플을 채취해 분석했다. 당시 스페인 문화부 장관 이니고 멘데스 드 비고는 이 과정을 지켜보며 “가슴이 무너져 내린다”고 말했다.

마르티네스 측 소송대리인은 그녀가 달리의 친딸로 판명됐을 경우 달리가 남긴 재산의 약 25%를 차지할 자격이 생긴다고 주장했었다.

1934년 갈라와 결혼한 달리는 1982년 아내가 숨질 때까지 함께 지냈다. 부부 슬하에 자녀가 없었기 때문에, 달리의 작품 수백 점과 부동산 등은 스페인 정부에 유산으로 남겨졌다. 지난 6월 뉴욕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그 가치가 약 3억2500만 달러(약 3668억9000만 원)로 추정된다.



사진=살바도르 달리의 ‘기억의 지속’(1931) 
마르티네스 측 주장에 따르면, 그녀가 달리의 친딸일 경우 약 8125만 달러(약 917억4700만 원)를 스페인 정부로부터 넘겨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마르티네스가 달리의 친딸이 아닌 것으로 밝혀지면서 마르티네스는 유산을 상속받는 대신 사실관계 확인에 든 비용을 지불하게 됐다.

앞서 달리 재단 법률 대리인 알베르 세구라는 “마르티네스가 달리의 친딸이 아닌 것으로 확인되면 우리는 그녀에게 묘지 발굴 비용을 청구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달리 재단은 DNA 분석 결과를 접한 후 성명을 통해 “마르티네스가 달리의 생물학적 딸이 아닌 것으로 증명됐다”며 “이제 터무니없고 인위적인 논란에 종지부를 찍는다”고 말했다.

한편 달리는 독특한 정신세계와 표현법을 가진 20세기 최고의 ‘천재화가’ 중 한 명으로 꼽힌다. 흘러내리는 시계로 유명한 작품 ‘기억의 지속’(1931)이 대표작으로, 현실세계와 동떨어져 자신의 기억, 꿈, 무의식 속에 있는 것들을 그린 초현실주의 작품이 주를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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