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2500명 목숨 구한 간호사 이레나 센들러

phoebe@donga.com2017-09-07 15:3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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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세계 대전 당시 나치의 대학살로부터 유대인 어린이들을 구한 폴란드 간호사 이레나 센들러(Irena Sendler, 1910~2008) 할머니는 아나요? 그가 구한 어린이들의 숫자는 2500명이 넘습니다.

1939년 9월 폴란드를 침공한 독일군은 바르샤바에 거주하던 유대인을 색출해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닥치는 대로 강제수용소 게토에 격리했습니다. 당시 바르샤바 시청의 복지국 직원으로 근무하던 그는 게토 출입이 자유로웠습니다. 그는 수용소 안에서 전염병이 창궐하자 위생검사를 이유로 동료들과 함께 수용소 안에 들어가 어린이들을 탈출시켰습니다.



그는 구급차에, 짐수레에, 시체가 실린 수레에 아이들을 하나 둘 숨겨 게토 밖으로 데리고 나왔습니다. 이렇게 수용소를 나온 어린이 2500여명은 이름을 바꿔 폴란드 가정과 고아원, 수녀원 등에 맡겨졌습니다. 그는 언젠가 아이들이 진짜 가족과 만날 수 있도록 이들의 본명을 적은 명단을 유리병에 담아 감춰뒀습니다.

1943년 그의 행각은 독일 게슈타포에 발각되고 말았습니다. 그는 투옥돼 심한 고문을 당하고 사형 선고를 받기도 했지만 가까스로 사형 직전 목숨을 구했습니다. 그러나 동료와 어린이들의 신원은 끝내 밝히지 않았습니다.



전쟁이 끝난 후 유리병을 찾아 입양된 어린이 2500명을 찾아내는 데 사용했습니다. 전쟁은 끝났지만 이레나 할머니의 임무는 끝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전시 폴란드정부 공무원 이력 때문에 공산당 치하에서 전시 활동의 공로를 인정받지 못했습니다. 그는 폴란드에서 조용히 교육과 보건 관련 업무에서 종사하고 결혼해 아이들도 셋을 낳았습니다.



이스라엘 정부는 1991년 그를 명예시민으로 선정했고 폴란드 의회도 2007년 뒤늦게 그에게 훈장을 수여했습니다. 노벨평화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그는 2008년 5월 12일 98세의 나이로 조용히 눈을 감았습니다.

생전 이레나 할머니는 서슬퍼런 나치 치하에서 어떻게 그런 용기를 낼 수 있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버지의 가르침 덕분입니다. 어린 시절 아버지는 늘 제게 곤경에 처한 사람을 도우면서 살아야 한다고 말씀하셨어요. 그 일로 제가 어려운 상황에 부닥쳐지더라도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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