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학교 허락해주세요” 장애학생 부모들, 주민들에 무릎 꿇고 호소

celsetta@donga.com2017-09-07 11:2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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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을 하시면 듣겠습니다. 지나가다가 때리셔도 맞겠습니다. 아이들 학교만 짓게 해 주십시오. 장애 아이들도 교육받을 권리가 있지 않습니까. 장애인 나가라고 하시면 제 딸과 저는 어떡합니까.”

9월 5일 서울시교육청 주최로 강서구 탑산초등학교에서 ‘강서지역 특수학교 신설 2차 주민토론회’가 열렸습니다. 장애 아동을 둔 학부모가 공진초등학교 부지에 특수학교를 짓게 해 달라고 간절히 호소했지만 “당신이 알아서 해”, “나가라”는 싸늘한 답이 돌아왔습니다.

6일 노컷뉴스, 에이블뉴스 등 매체들의 보도에 따르면 이번 토론회는 지난 7월 6일 1차 토론회가 주민 반대로 무산되면서 다시 진행됐습니다. 주민들은 “이미 강서구에는 특수학교가 1개 있다. 서울 내 다른 구에 지으면 되는 것 아닌가. 특수학교 설립 자체에는 반대하지 않지만 우리 지역에는 안 된다”는 입장을 고수했습니다.

특수학교 설립반대 비대위 소속 권영욱 씨는 “서울시가 특수학교 설립용 대체부지를 제공하겠다고 한 것으로 알고 있다. 꼭 공진초등학교 부지에 특수학교를 짓겠다고 고집할 필요는 없다. 강서구는 명의 허준의 출신지이니 이 점을 살려서 공진초 부지에는 국립한방의료원을 지었으면 하는 게 우리 입장”이라고 밝혔습니다. 공진초등학교 부지에 한방병원을 짓겠다는 것은 강서구를 지역구로 둔 자유한국당 김성태 의원의 공약이기도 합니다.

이에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서울지부 이은자 부대표 등이 “강서구는 서울에서 특수교육대상자가 가장 많이 사는 곳이지만 특수학교가 한 곳 뿐이라 부족하다. 강서구 장애학생들은 10년도 더 전부터 구로구 특수학교로 통학을 했다. 우리 아이도 학교 한 번 가려면 2시간은 준비해야 한다”며 호소했습니다.

에이블뉴스 보도에 따르면 2017년 4월 기준 서울시에서 특수교육이 필요한 학생 수는 1만 2804명이지만 서울시 내 특수학교(29곳)에 다니는 학생 수는 4457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주민들과 좀처럼 의견이 좁혀지지 않자 장애학생 부모들은 주민들 앞에 무릎을 꿇고 “제발 도와달라, 다시 생각해 달라”며 눈물로 호소했으나 객석에서는 “쇼 하지 말라”는 야유가 튀어나왔습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청 교육감은 “(강서구 주민들이) 공진초 부지에 왜 굳이 특수학교를 짓냐고 하시는데, 법률상 학교부지는 목적 외 용도로 사용할 수 없다. 공진초 땅에 한방병원을 짓겠다는 것은 김성태 의원이 만들어낸 가공의 희망이다. 한방병원 자체는 강서구와 허준의 연관성을 생각해볼 때 너무 좋은 프로젝트라는 데 저도 공감한다. 강서구 허준박물관, 허준거리와 시너지 효과도 날 수 있으니 접점을 찾아 보자”고 말했습니다.

조 교육감과 장애학생 부모들의 간곡한 설득에도 양측의 의견차는 좁혀지지 않았고 주민들이 단체로 퇴장하는 등 회장 내 소란은 가라앉지 않았습니다. 결국 2차 토론회는 계속되는 파행 끝에 결론을 내지 못하고 끝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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