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 덜덜 떨며…마약 중독된 채 태어나는 美신생아들

celsetta@donga.com2017-08-25 15:2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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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 청정국으로 알려진 한국과 달리 중독문제가 심각한 미국에서는 한 시간에 세 명 꼴로 마약에 중독된 아기들이 태어납니다. 아기 엄마가 임신 중 마약을 하면 배 속의 아기도 약 성분을 고스란히 받아들여 태어나기도 전에 중독자가 돼 버립니다.

얼마 전 미국 WTHR채널이 공개한 영상에는 신생아 약물중독의 심각성이 적나라하게 담겨 있습니다. 탯줄을 통해 공급받던 마약 성분이 끊기면 갓난아기도 마약 금단증상을 일으키게 됩니다.

‌영상 속 아기는 팔다리를 격렬하게 떨며 고통스러운 듯 울고 있습니다. 아기 엄마는 “나 때문에 아기가 이런 고통을 겪는 걸 보고 그제서야 정신을 차렸다”며 후회했습니다.



신생아 마약 중독이 사회 문제로 대두될 정도로 문제가 심각해진 데에는 미국 의약시스템의 허점이 크게 작용했습니다. 처음부터 환각을 경험할 목적으로 마약에 손을 댄 사람이 아니더라도 중독자가 될 수 있는 것입니다. 감기몸살이나 두통 때문에 약을 찾다가 마약성 진통제를 처방 받은 뒤 중독에 빠지게 되는 미국인이 적지 않습니다.

한국 시청자들을 대상으로 방송하는 미국인 유명 유튜버 ‘올리버쌤’은 8월 23일 영상을 통해 “한국인들과는 달리 미국인들이 마약에 많이 중독되는 이유 중 하나는 합법적으로 처방받은 마약성 진통제에 있다”고 꼬집기도 했습니다.

원래 마약성 진통제는 말기 암 환자 등 극심한 통증을 호소하는 사람들에게만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90년대 후반 퍼듀 파머(Perdue Pharma)라는 제약사가 법률 로비를 통해 마약성 진통제(오피오이드) 사용허가범위를 크게 넓혔고, 통증이 가벼운 환자들에게도 마약 성분이 포함된 강력 진통제를 처방할 수 있게 됐습니다.



오피오이드 과다복용 부작용을 치료하는 스프레이형 해독제 나칸(narcan). 사진=나칸 공식 홈페이지
이로 인해 자기도 모르는 새 약에 중독된 사람들이 생겨났고 이들은 점점 비싼 처방약 대신 싸게 구할 수 있는 헤로인, 메스암페타민 등을 찾게 됐습니다. 지난 2014년 미국 매체 바이스(Vice)는 “국민들을 마약에 무방비로 노출시킨 일부 제약회사들은 마약성분 진통제와 마약부작용 해독제를 동시에 팔며 배를 불리고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최근에는 펜타닐(fentanyl)이라는 강력한 마약까지 등장했습니다. 펜타닐은 아주 적은 양으로도 뇌 기능 정지 등 치명적인 증상을 가져올 수 있습니다. 이 펜타닐이 헤로인에 섞여 유통되면서 마약을 과다복용한 일가족이 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되는 등 끔찍한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8월 11일 CNN등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역시 오피오이드 중독 문제를 ‘국가적 비상사태’로 선포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피오이드 중독은 이미 재앙 수준이며 심각한 국가적 문제다. 우리는 많은 시간과 예산을 들여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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